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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망해가던 후지필름 첨단 의약 기업으로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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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망해가던 후지필름 첨단 의약 기업으로 대변신

후지필름이 의약 회사로 변신에 성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후지필름이 의약 회사로 변신에 성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

디지털카메라가 출현하면서 더 이상 필름이 필요 없게 됐다. 필름 업계는 다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분야 선두 주자 후지필름이라고 엄혹한 현실을 피해 갈 순 없었다. 회사는 곧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됐다.

후지필름은 의학 기업으로의 변신을 통해 새로운 살길을 찾았다.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후지필름은 2026년까지 바이오 의약품의 계약 개발 및 제조 사업에서 스위스 론자를 제치고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변신이 가능했을까.

의약품의 계약 제조 시장은 2028년 약 2580억 달러(약 34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의약 기업들이 거대한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후지필름은 지난달 초, 일본의 대기업 제약회사들을 상대로 계약 제조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다. 많은 제약 회사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후지필름은 미국, 덴마크, 영국 등에 7개 해외 거점을 두고 있다. 최근 비즈니스 모델을 재수입해 일본 내 시장으로 진출했다. 지난 6월에는 일본 및 아시아 시장을 위한 판매 회사를 설립했다. 2026년에는 도야마시에 있는 공장에 일본 최초의 CDMO(의약품 개발 제조 수탁) 제조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CDMO는 제약회사로부터 위탁을 받아 의약품 제조, 개발 단계에서 사용되는 임상시험(시험용) 의약품 제조, 생산 공정 개발 등을 하는 사업을 말한다.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붐으로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 의약품 개발 제조의 붐

후지필름은 자신들의 고유 영역을 버리고 과감히 신성장 분야인 의료 사업에 뛰어들었다. 초기에는 X선 필름과 내시경에 주력했으나 2008년 도야마화학공업(현 후지필름 도야마화학)을 인수해 제약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점차 의료기기로의 전환에 주력했고, 2021년에는 히타치로부터 사업을 인수해 대규모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전체 의료 매출은 9700억 엔(약 8조 8950억 원)으로 예상된다. 그 중 의료 기기는 6500억 엔으로 7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헬스케어의 다음으로는 CDMO가 효자 종목으로 손꼽힌다.

바이오 의약품은 저분자 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높은 효능을 기대한다. 인체 면역기능을 적용한 항체 의약품은 표적 이물질에만 작용하며 정상세포에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

암과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가 실용화되고 있지만 신약 개발은 난이도가 높다. 신약 개발은 대체로 10년 정도 걸리고 실패할 위험도 따른다.

제조 측면에서는 전용 배양 장비가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바이오 신약 발굴 벤처와 제약 회사들이 CDMO에 생산을 맡기고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재해로 의약품 공급망이 붕괴되었을 때 일본의 제약 산업도 수평적 분업 추세에 따라 CDMO에 생산을 아웃소싱하기 시작했다.

2028년 340조 원 규모로 커질 의약품 수탁 시장을 놓고 삼성 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세계적 대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2028년 340조 원 규모로 커질 의약품 수탁 시장을 놓고 삼성 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세계적 대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

◇ 삼성 바이오로직스와의 경쟁

리서치 회사 마켓 앤 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의약품의 계약 제조 시장은 2028년 25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와 비교하면 50% 증가한 수치다. 의약품 계약 제조 분야는 곧 반도체를 뛰어넘을 추세다.

후지필름은 지난 11월 미국의 주요 제약회사인 머크(Merck)의 사업을 인수해 이미 2000억 엔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도야마 현에 일본 최초의 CDMO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 7월 20일 도야마시 공장 기공식에서 고토 테이이치 후지필름 사장은 "우리는 팬데믹 기간 동안 수천만 명의 사람들에게 백신을 공급할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후지필름의 연간 생산 능력은 2026년 66만 리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되면 세계 선두 주자인 론자를 능가하게 된다. 일본 내 생산을 추가하면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후지필름은 공급 능력 확대를 활용해 2030년의 CDMO 매출을 올해에 비해 2.5배 증가한 5000억 엔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과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1위 론자는 물론 한국의 삼성 바이오로직스, 독일의 베링거 인겔하임 등 해외 거대 기업들은 고객에 대한 마케팅 활동과 병행하여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다. 후지필름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길은 쉽지 않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10월 인천에 신규 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론자는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GSK)과 새로운 제조 계약을 체결했다.

승리와 패배의 차이는 생산 비용에서 갈리게 된다. 후지필름은 제조 능력뿐만 아니라 생산 효율성 면에서도 다른 회사를 능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후지필름은 세계 최초의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비밀 전략’을 갖고 있다.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항체의 양을 기존 제품에 비해 3배로 늘릴 수 있는 연속 생산 방법을 개발했다.

후지필름은 자체 생산 시설을 설계하고 전용 배양 방법을 개발했다. 영국 공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 기지에서 이 시스템을 채택할 예정이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질병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의약품 제조 시장도 커질 것이다. 후지필름의 변신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