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 15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회원국 간 역내 통화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개최됐다. 이번 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참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 영장이 발부돼 온라인 원격으로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 결제에서 "돌이킬 수 없는 탈달러화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브릭스 국가간 무역에서 미국 달러화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28.7%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서방으로부터 금융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현지 통화 결제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과의 무역에 집중하고 있다.
브릭스 국가들은 미국 달러 기반의 결제 구조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2015년에 상하이에 기반을 둔 브릭스 신개발은행(NDB)을 설립한 바 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은 브릭스 협력 목적이 미국이나 주요7개국(G7), 주요20개국(G20)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브릭스 공동 통화 설립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그 목표가 각국 통화를 대체하거나 미국 달러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신흥국 간의 무역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릭스 회원국간에는 다양한 입장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활용도를 높이려는 반면 인도는 중국의 경제적 우위를 경계하고 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이 직면한 과제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제금융기구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브릭스 회원국 확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주최국인 남아공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 등 20개국 이상이 정식으로 가입을 신청했다.
브릭스 회원국 확대는 중국의 주도 아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을 겪는 가운데 브릭스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과 유럽과의 대립을 피하고자 하는 브라질은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자본시장의 규모, 법치 등에 기반한 네트워크 효과를 감안하면 달러의 지배적 위치는 지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달러화는 전 세계 외화보유액에서 5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다.
FT는 기축통화에는 특권뿐만 아니라 책임도 수반되기 때문에 미국이 달러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화를 무기화하는 제재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