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복권 조치로 트럼프가 3년 만에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X에 복귀하면서 처음으로 올린 게시물이 단숨에 조회수 2억건을 돌파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지난 10월 X의 전신인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고강도 개편작업을 벌이면서 하루도 잘 날 없이 우여곡절을 겪어온 X가 트럼프 효과에 힘입어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선 가운데 트럼프의 컴백이 X의 앞날에도 호재로 작용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연방 검찰에 의해 네 번째로 형사 기소되는 전례 없는 신기록을 세운 트럼프가 X에 올린 머그샷 게시물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지난 2020년 대통령선거 결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석패한 트럼프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한편에서 앞서 이뤄진 조지아주의 개표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혐의로 미국 연방 검찰이 기소했음에도 이를 정치적 보복으로 여기는 트럼프의 강성 지지자들이 그만큼 미국 사회에 많다는 뜻이다.
트럼프가 이미 대통령 시절 이전부터 백악관에 들어간 이후에도 트위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1인 미디어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펼쳐온 트럼프가 2020년 대선 결과가 부정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촉발된 지난 2021년 1월 6일의 미 의회 의사당 폭력 난입 사태를 선동 또는 배후 조종한 혐의로 트위터를 주류 소셜미디어에서 퇴출당하면서 목소리가 크게 줄어들었으나 머그샷 포스팅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은 그가 이번에 복권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시 확보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트럼프의 컴백이 X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 있는 이유
트럼프의 X 복귀는 X의 앞날에 매우 큰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인 디스트릭트미디어그룹의 베벌리 홀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5일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X 컴백은 머스크가 지난 10월 X를 인수한 뒤 가장 긍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스크가 인수하기 전 트럼프를 퇴출시켰던 결정을 머스크가 뒤집은 결과가 X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인 셈이다.
나아가 홀버그 CEO는 “트럼프를 복권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결과에 대해 머스크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특히 트럼프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트위터를 떠난 진보성향 트위터 사용자들이 트럼프의 재등장에 주목하면서 트위터의 후신인 X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X 사용자 가운데 트럼프의 팔로워는 9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트럼프에 반대하는 X 사용자들이 다시 X에 몰려오면서 X가 화제의 중심에 다시 서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예측인 셈이다.
◇머스크 “매우 인상적인 게시물” 사실상 환영사
X의 주인인 머스크도 “매우 인상적인 게시물”이라며 트럼프가 머그샷 포스팅을 올리자마자 댓글을 달았다. 트럼프의 X 컴백을 사실상 환영하는 입장을 낸 셈이다.
그러나 머스크의 속내는 생각보다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가 여간 미묘한 것이 아니라서다.
특히 개인적으로 보면 트럼프가 트위터에 방출된 다음에 트럼프에 이은 세계 최강 1인 미디어로 부상해 지금까지 맹활약을 펼쳐왔는데 트럼프가 다시 X로 복귀하면서 세계 1위 인플루언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반드시 호재만 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이유
트럼프의 컴백이 반드시 호재로만 작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아울러 나온다.
트럼프 재등장으로 X라는 플랫폼이 앞으로 시끄러워질 것은 비교적 확실해 보이지만 트럼프 자신이 머스크보다 좌충우돌인 성격인 데다 잘못하면 감옥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쫓겨난 이유가 극우세력을 선동해 1‧6 사태를 일으켰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인데 그 1‧6 사태 때문에 미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네 번째 기소되는 전례 없는 행보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X를 통해 온갖 주장을 쏟아낼 것이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트럼프를 몰아낸 트위터가 X로 바뀌면서 돗자리를 깔아주는 것 자체로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데다 트럼프의 향후 행보에 따라 X가 유탄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실제로 트럼프가 X에 머그샷 포스팅을 올리면서 화제 몰이를 하고 나섰지만 그가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는 문제는 차치하고 공화당 대선후보로 낙점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음을 시사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상황이다.
◇트럼프의 불안한 대권가도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가 다른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을 통과할 것이 유력시됐다.
그러나 야후뉴스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최근 미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의 위상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휘발성이 강한지를 잘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지난 17~21일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트럼프 못지않게 도덕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어 아버지의 차기 대선에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헌터 바이든과 트럼프 중에 어떤 인물이 더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보는지에 대해 물은 결과다.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은 이미 탈세 혐의와 총기 불법 소지 혐의 등으로 연방 검찰의 수사를 받았고, 과거 마약에 손댄 경험까지 있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 결과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더 나쁘다고 지목했다. 응답자의 46%가 트럼프의 도덕성에 더 문제가 있다고 답한 반면, 헌터 바이든에 더 문제가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36%에 그쳤기 때문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 역시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선택을 바꿀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가 지금까지 네 차례나 기소되는 미국 헌정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고 있음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해왔으나 이번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있을 재판에서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지지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은 결과 35%만 그럴 생각이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장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이 열린다면 트럼프를 찍겠다는 응답은 52%에 달했으나 트럼프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마음을 바꾸겠다는 지지자가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