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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뒤엔 '국산 웹툰' 있었다…글로벌 시장에 먹힌 20년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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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뒤엔 '국산 웹툰' 있었다…글로벌 시장에 먹힌 20년 뚝심

'웹툰계 대부' 강풀 원작…글로벌 시장 주목 받는 '한국형 초능력물'
원작 카카오웹툰 조회수 22배↑…"미디어믹스 프로젝트 탄력 받아"

드라마 '무빙' 포스터. 사진=디즈니플러스이미지 확대보기
드라마 '무빙' 포스터. 사진=디즈니플러스
'무빙'이 국산 드라마의 글로벌 OTT 흥행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외 시청자들 사이에서 2년 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에 비견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가운데 원작 웹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에선 이달 9일부터 20부작 드라마 '무빙'의 방영이 시작됐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유명한 스튜디오앤뉴와 영화 '어벤저스' 국내 파트너 미스터로맨스가 제작을 맡았다. '킹덤' 시즌2를 연출했던 박인제·박윤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류승룡·류승범·조인성·차태현·한효주 등 검증된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드라마의 메인 테마 '초능력'에 맞춘 액션과 연출은 물론 탄탄한 서사와 캐릭터, 연기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디즈니+ 인기 차트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이 드라마 하나로 디즈니+ 신규 가입자가 14만명 가량 증가했다"는 설도 나온다.

평단의 반응도 좋다. 미국 매체 헐리우드 리포터는 "무빙에 힘입어 디즈니+가 비로소 '오징어 게임'과 같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호평했다. 영국 매체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NME)는 "이 드라마가 가진 진정한 초능력은 생생하고 몰입감 넘치는 캐릭터들을 만드는 능력"이라고 극찬했다.
디즈니 역시 만족하는 눈치다. 캐롤 최 디즈니 APAC(아시아·태평양)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총괄은 "무빙은 세계적 수준의 출연진과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갖춘 드라마"라며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세계 각지에서 히트하고 있다"고 평했다.

'무빙' 원작 웹툰의 작가이자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맡은 '강풀' 강도영 작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이미지 확대보기
'무빙' 원작 웹툰의 작가이자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맡은 '강풀' 강도영 작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무빙의 성과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드라마의 원작이 국산 웹툰이라는 점이다. 카카오 페이지에서 2015년 연재된 동명의 원작은 한국 웹툰계의 대부로 꼽히는 '강풀' 강도영 작가의 작품으로, 그는 이번 드라마에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했다.

강풀 작가는 2003년, 현 카카오웹툰의 전신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순정만화'로 데뷔했다. 단편의 개그·풍자 만화가 중심이 되던 초창기 웹툰계에서 장편 로맨스라는 색다른 도전에 나선 작품으로, 일일 최대 조회수 200만건, 총 페이지 뷰 3200만회 등 흥행 기록을 써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최초의 장편 웹툰'으로 평가받는다.

순정만화로 성공을 거둔 강풀 작가는 이후 시간을 다루는 능력자들이 대거 등장하는 2005년작 '타이밍'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한국형 초능력물'에 도전했다. '어게인', '조명가게'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무빙'은 이들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강풀 작가의 웹툰들은 유명세에 걸맞게 수차례 영상화가 이뤄졌다. '아파트', '순정만화' 등 100만명 이하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어려움을 겪은 영화들도 있었으나 2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이웃사람' 등도 있었다. 특히 노년층의 사랑을 다룬 웹툰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연극, 영화로서 시청자들과 평단의 호평을 고루 받았다.

무빙 외에도 강풀 작가는 시나리오 작가로서 2006년작 '괴물'의 후속작 각본을 맡으며 영상계로도 발을 넓혔다. 그러나 작품이 실제로 제작되지 않는 등 부침을 겪었다. '무빙'의 성공은 강풀 작가 개인에게도 웹툰을 넘어 시나리오 작가로도 인정받는 터닝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남남' 웹툰 원작(왼쪽)과 드라마 공식 이미지.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미지 확대보기
'남남' 웹툰 원작(왼쪽)과 드라마 공식 이미지.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원작이 연재된 플랫폼을 운영했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 또한 무빙의 흥행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간 추진해 온 웹툰 기반 미디어믹스 사업 전략에 작지 않은 '순풍'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엔터 측에 따르면 무빙 드라마가 공개된 이달 9일을 기점으로 원작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카카오페이지 기준 매출은 종전 대비 12배, 조회수는 22배 가량 늘었다. 카카오웹툰 플랫폼의 경우 조회수는 9배, 매출 8배가 늘었다.

무빙 외에도 사측은 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 등도 원작과 결부돼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했다. 특히 '남남'의 경우 카카오엔터 산하 바람픽처스가 제작에 참여했다.

웹툰 원작 IP 미디어믹스와 더불어 타 IP를 웹툰·웹소설로 역수입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인기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과 컬래버레이션한 '마법소녀 이세계아이돌', '차원을 넘어 이세계아이돌' 등 웹툰,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의 모바일 RPG '에픽세븐' IP를 활용한 웹소설 '사관학교의 슈트 입은 영웅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카카오엔터 측은 "미디어믹스 작품의 흥행으로 원작도 재조명받는 선순환, 시너지 효과가 이어지고 있어 기쁘다"며 "양질의 IP에 지속 투자하는 한편 콘텐츠 전반의 밸류체인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연이어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