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유로존의 공해 문제가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유력 일간 가디언이 최근 유럽연합(EU) 전 지역에 대해 대대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가디언이 공해 문제 연구로 유명한 네덜란드 유트레히트대학과 스위스열대‧공공보건연구소(Swiss TPH)의 도움을 받아 교통 관련 통계, 토지 사용 관련 통계, 위성을 통한 공해물질 분석 결과 등 공해를 측정하는 주요 지표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유로존 국민 98% 매우 유해한 초미세먼지에 노출
2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된 내용 가운데 핵심은 유로존의 공해 문제가 공중보건에 큰 위해를 끼칠 정도로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것.
가디언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기준을 적용할 때 유로존 국민의 98%가 인체에 매우 유해한 미립자로 된 대기 오염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입자상 오염물질로도 불리는 미립자 오염물질은 공기 중 오염물질이 고체나 액체 상태로 입자 형상을 가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초미세먼지’로 표현되고 있다. 오염물질을 함유한 짙은 안개도 대표적으로 이에 속한다.
유로존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사실상 전부 인체에 매우 나쁜 미세먼지를 마시면서 현재 살고 있다는 뜻이다.
유로존 최악 공해국은 ‘북마케도니아’
이번 조사 결과 유로존에서 공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남유럽 발칸반도 한가운데에 있는 내륙 국가인 ‘북마케도니아’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마케도니아는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이 해체되면서 생겨난 마케도니아에서 바뀐 이름이다.
WHO가 정한 지름 2.5㎛ 이하 미세먼지(PM2.5) 기준을 적용할 때 북마케도니아의 미세먼지 수준은 WHO 기준보다 4배 이상이나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디언은 “북마케도니아 국민 3명 가운데 2명이 초미세먼지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더 넓은 지역으로 보면 서유럽에 비해 알바니아, 불가리아,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의 공해가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유로존의 공해 국가들이 동유럽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다만 서유럽에서는 이탈리아 북부지역의 대기 오염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탈리아 북부를 흐르는 포강 주변 지역의 미세먼지 수준이 PM2.5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대기 오염 정도가 WHO의 미세먼지 환경기준인 PM2.5를 넘어섰다는 것은 유럽 대륙에서 대개 오염으로 인한 질환으로 사망자가 연간 4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WHO의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충족하는 나라는 유로존 국가 중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이 이에 속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