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공개한 9월 4주차(22일~28일) 인기 뮤직비디오 순위에 따르면 시구레 우이의 곡 '粛聖!!ロリ神レクイエム☆(숙성!! 로리신 레퀴엠)'이 9위에 올랐다. 임영웅의 'Polaroid', 뉴진스의 'ETA', 세븐틴의 '손오공' 등 쟁쟁한 국내 가수들의 곡보다 높은 순위다.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이 뮤직 비디오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 간단한 율동으로 구성돼 숏폼 영상으로 따라하기 적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야츠노 유니', '허니츄러스' 등 국내 인기 버튜버들은 물론 일반 유튜버들까지도 커버(타인의 곡을 부름), 댄스 챌린지 등의 형태로 이를 따라하고 있다.
시구레 우이는 전업 가수도, 음악 전문 유튜버도 아닌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이다. 2015년작 '감귤펀치(かんきつパンチ!)'의 작화를 맡으며 프로 일러스트레이터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버튜버로서 데뷔한 시점은 2019년 5월로, 데뷔 4년차를 넘긴 중견급 스트리머다. 올 중순까지만 해도 80만명대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9월 들어선 '로리신 레퀴엠'의 흥행에 힘입어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100만명을 돌파, 현재는 121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버튜버 팬들에는 특히 홀로라이브 프로덕션의 인기 버튜버 '오오조라 스바루'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유명하며, 이때문에 '우이마마'로 불리기도 한다. '마마' 혹은 '파파'는 버튜버들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작가를 어머니, 아버지에 빗댄 일종의 별칭이다.
- 로리신 레퀴엠의 '로리'란 귀여운 여자아이를 뜻하는 일본식 표현이다. 곡의 내용은 '어린 여자 아이를 좋아하는 이들을 체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상당히 마니아적인, 이른바 'B급 정서'를 담고 있는 곡이다.
최근 한국 음원 시장에선 이렇듯 마니아, 또는 '오타쿠'들이 선호할 법한 콘텐츠들이 인기를 끄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홀로라이브 소속으로 현재 27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인 '호쇼 마린'의 오리지널 곡 'I’m Your Treasure Box', '美少女無罪♡パイレーツ(미소녀 무죄♡파이레츠)' 등도 틱톡, 쇼츠 등에서 유행한 바 있다.
국내 TV 음악 방송 엠카운트다운에선 지난달 21일 일본 그룹 요아소비(YOASOBI)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이들이 방송에서 부른 노래는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推しの子)'의 OST '아이돌(アイドル)'로, 이 노래 역시 애니메이션 마니아층을 넘어 다양한 계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시구레 우이는 지난달 23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로리신 레퀴엠'의 흥행에 관해 "프로듀싱에 참여한 분들도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뜰 거라곤 정말 생각지 못했다"며 "일본은 그렇다 해도 해외에서도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아도 괜찮은 것인가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