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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日, 관광객 밀려오는데 ‘외국인 열차요금’ 폭탄 인상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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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日, 관광객 밀려오는데 ‘외국인 열차요금’ 폭탄 인상한 이유

JR패스 안내 책자. 사진=JR그룹이미지 확대보기
JR패스 안내 책자. 사진=JR그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물러간 뒤 외국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일본을 찾으려는 외국 관광객들 사이에 최근 비상이 걸렸다.

‘철도 왕국’으로 통할 정도로 철도가 발달한 일본을 관광하는 외국인들에게는 필수로 통해온 저렴한 가격의 외국인 전용 열차 승차권인 재팬레일(JR)패스 요금이 ‘폭탄 인상’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이달부터 대폭 인상됐기 때문이다.

외국 관광객이 물밀듯 몰려오는 상황에서 일본이 이처럼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배경에도 국제 관광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JR패스 가격 최대 77% 인상

일본을 대표하는 고속열차 ‘신칸센’이 유명 관광명소인 후지산 주변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JR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을 대표하는 고속열차 ‘신칸센’이 유명 관광명소인 후지산 주변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JR그룹


JR패스는 일본 JR그룹이 발행하는 외국인 여행객 대상 철도 승차권이다. 일본 운수성 산하 공기업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철도기업이었던 일본국유철도(JNR)가 지난 1981년부터 ‘JNR패스’라는 이름으로 도입해 제공되기 시작했고, 지난 1987년 JNR이 JR그룹으로 민영화된 이후에도 명칭이 ‘JR패스’로 변경돼 시행돼 왔다.

일본 전역에 깔려 있는 JR 노선을 통해 거의 모든 지역을 저렴한 가격에 관광할 수 있는 수단이어서 일본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필수품 같은 존재로 통해왔다.

특히 일본을 상징하는 고속열차인 신칸센까지 이 승차권만 있으면 저렴한 비용으로 탈 수 있어 외국 여행객들 사이에서 매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8일(이하 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상당수 외국 관광객들이 일본 방문 계획을 재고해야 할 정도로 대폭적인 인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JR 패스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최대 77%까지 승차권 가격이 인상됐다.

예컨대 일반 차량용 7일권은 5만 엔으로 올라 최대 69% 인상됐고, 그린 차량용 7일권은 7만 엔까지 올라 최대 77% 인상됐다. 다만 6~11세의 어린이 승객에 대해서는 종전대로 50% 할인이 적용된다.

신칸센 스낵 서비스도 중단…신사에서도 입장료 부과


그러나 CNN에 따르면 일본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 입장에서는 열차 승차권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다.

수도 도쿄에서 유명 관광도시 오사카를 오가기 때문에 외국 관광객의 이용률이 높았던 신칸센 열차에서 그동안 운영해 왔던 음료 및 스낵 서비스도 중단되기 때문이다.

CNN은 “간단한 음료나 스낵을 신칸센 열차 안에서 간편하게 먹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외국인 승객이 알아서 먹을 것을 챙겨 타야 하는 부담이 새롭게 생겼다”라고 지적했다.

열차뿐 아니라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유적인 신사를 관광하는 환경도 크게 바뀌었다.

일본의 신사는 그동안 입장료가 무료였으나 최근 들어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입장권을 받는 곳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입장료를 부과하기 시작한 대표적인 유명 신사는 히로시마 인근 미야지마섬에 있는 이쓰쿠시마 신사다.

미야지마섬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1회 방문 기준으로 100엔(약 900원)의 방문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CNN에 따르면 일본 신사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입장권을 받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폭탄 인상의 배경


그러나 일본이 아무런 이유 없이 이같은 행보에 나선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가을부터 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를 전면 해제하면서 외국 관광객들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외국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전국의 유명 관광지가 급증한 방문객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어서다.

CNN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일본 제일의 산이자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통하는 후지산과 주변 지역의 경우 당국이 관리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관광객들이 밀려들면서 훼손 문제가 심각한 지경이라는 것이 일본 당국의 설명이다”라고 전했다.

관광객이 지나치게 외국에서 몰려들면서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에 훼손되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일본이 없던 입장료를 받고 철도 요금을 폭탄 인상하고 나선 주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라는 뜻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