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트 3는 메타의 연례 컨퍼런스 행사 '커넥트 2023'에서 최초 공개됐다. 2020년 출시된 '퀘스트 2'의 정식 후속 기기로 가격은 128GB 모델 기준 299달러(44만9000원)에서 499달러(69만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으나 처리장치와 디스플레이, 최대 메모리 등 다방면에서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출시될 것을 예고했다.
실제로 두 제품의 카탈로그를 살펴보면 디스플레이의 픽셀 수나 시야각, 무게 등 퀘스트3가 우위를 점한 스펙이 적지 않다. 램 용량이 더 크다는 점, 눈 움직임과 입모양 등을 실시간 반영하는 '페이셜 트래킹' 등 일부 특수 기능을 제외하면 퀘스트3가 더 낮은 가격에 더 좋은 이용 환경을 지원하는 셈이다.
IT 매체 더 버지는 제품 시연 기사에서 "오디오 성능이나 디스플레이 선명도, 콘텐츠 구동을 위한 그래픽 처리 속도 등 여러 면에서 퀘스트 시리즈 중 최고의 헤드셋"이라고 호평했다. 또 다른 매체 지디넷은 "시장의 주류를 차지할 VR 헤드셋이 드디어 등장했다"고 극찬했다.
퀘스트3에 대한 좋은 평가가 시장 성과로 이어진다면 메타가 VR 시장에서 반등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메타의 VR 전담 조직 리얼리티랩스는 지난해 기준 21억달러(약 2조8400억원)의 매출에 137억달러(약 18조5500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메타 전체의 연 영업이익 289억달러(약 39조원) 대비 절반 수준의 적자를 낸 셈이다.
지난해 출시된 퀘스트 프로 또한 시장에서 과도한 가격으로 인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고, 이는 출시 5개월 만인 올 3월 소비자 가격을 1499달러에서 999달러(144만8590원)으로 대폭 삭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스마트기기 분야 정보통으로 손꼽히는 궈밍지 톈펑(TF) 국제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리얼리티랩스가 당초 퀘스트3의 판매량을 700만대로 예측했으나, 출시가 다가오자 이를 250만대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출시 전부터 퀘스트3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으나, 실제 출시 후 이용자들의 호평으로 이러한 우려는 불식되는 모양새다.
메타의 '퀘스트' 제품군에 있어 최대 약점으로 지목돼 온 것은 콘텐츠 부재다. 특히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과 비교했을 때 성능 면에서는 더욱 뛰어나지만 소니의 방대한 게임 콘텐츠 생태계에 밀려 "성능은 좋아도 정작 할 게 부족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퀘스트3 출시를 앞두고 메타는 올 6월 월정액 구독 서비스 '퀘스트+(플러스)'를 론칭했다. 다수의 VR 게임을 무료로 스트리밍하는 것은 물론, 매월 2개의 VR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형태다. 이는 소니의 게임 구독 서비스 '플레이스테이션+'와 유사하다.
아울러 메타는 퀘스트3 출시 시점에 '로블록스', '어쌔신 크리드 넥서스', '레드 매터 2' 등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과 '유튜브VR' 등 라이벌 빅테크의 서비스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메타에게 있어 퀘스트3의 흥행 여부는 내년 상반기 첫 XR(확장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를 선보일 애플과의 경쟁에서도 중요한 기점이 될 전망이다. 애플이 당초 공개한 비전 프로의 소비자 정가는 3499달러(약 474만원)으로 퀘스트3 대비 7배의 가격, 512GB 저장장치 모델의 가격인 649달러(89만원)과 비교해도 5배를 훌쩍 넘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는 커넥트 2023에서 퀘스트 3를 '최초의 주류 혼합현실(MR) 헤드셋'이라고 소개했다. 혼합현실 헤드셋이란 용어는 애플이 6월 '비전 프로'를 소개할 때 활용한 단어로, 애플은 AR(증강현실) 콘텐츠를 강조하며 이를 VR 콘텐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준 완(June Wan) 지디넷 에디터는 "퀘스트3의 패스스루(헤드셋을 착용하고도 실제 환경을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은 이전 기기들에 비해 발전한 것은 사실이나 VR을 넘어 MR 영역까지 들어갔다기엔 관련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가장 보편적인 MR 헤드셋이라는 점은 분명하며, 비전 프로가 출시된 후에도 가격 경쟁력 면에서 초심자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