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발표되는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1996년부터 죽 이어져온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매년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의 개막 전날 시상식이 열린다.
후보작 중 누가 대상을 받아도 이상할 것 없어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P의 거짓'과 '데이브 더 다이버' 둘 중 하나가 대상을 받을 것으로 의견이 좁혀지고 있다. 이 두 게임은 단순히 흥행 요소나 인기를 뛰어넘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먼저 'P의 거짓'에 대해 살펴보자. 이 게임은 화제성과 흥행 면에서 새 역사를 썼다. 'P의 거짓'은 PC와 모바일이 주를 이루는 국내 게임 환경에서 이례적으로 AAA급 대작 콘솔 게임으로 제작됐다. 알려졌다시피 콘솔 게임은 아시아권보다는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의 규모가 압도적이다. 그 때문에 콘솔 게임으로 제작된 'P의 거짓'의 판매량도 대부분 북미와 유럽에 집중됐다.
'P의 거짓'은 출시 후 한 달 동안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했다. 판매량도 국내 신기록이거니와 세계 콘솔 시장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북미와 유럽에서 전체 판매량의 90%를 기록했을 정도로 글로벌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해외의 콘솔 게임 시장 규모가 상당하기에 국내 게임사들도 속속 콘솔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데이브 더 다이버'도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출시됐으며,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와 엔씨소프트의 '쓰론 앤 리버티', 그리고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등이 콘솔 출시를 예고했다. 그런 상황에서 낯선 아시아의 신생 게임사가 만든 'P의 거짓'이 평단의 찬사와 더불어 엄청난 인기를 얻은 것은 이후 출시될 국산 콘솔 게임의 해외 성과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P의 거짓'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놀라우리만큼 잘 설계된 게임 밸런스에 있다. 이 게임은 '소울라이크' 장르로 불린다. 소울라이크는 일본의 게임 개발사 프롬소프트가 만든 액션 게임 '다크소울' 시리즈가 흥행하며 붙여진 별칭이다. 본래는 액션 RPG라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만 거대한 보스와의 긴박감 넘치는 전투, 높은 자유도, 그리고 상상을 초월한 극악의 난도를 제공한 '다크소울' 시리즈가 대중적 인기를 끌면서 이와 유사한 게임이 속속 출시됐는데 이때부터 이러한 게임을 통칭 '소울라이크'라 부르기 시작했다.
프롬소프트가 '다크소울' 1~3편을 연달아 성공시켰고 이후에도 '세키로', '블러드본', '엘든 링'으로 인기와 흥행을 모두 휩쓸었지만 타사의 소울라이크 게임 중 대성공을 거둔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무척 어렵지만 포기하게 만들지 않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 끝에 기어이 클리어해 성취감을 극대화하는 게임 레벨 설계가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P의 거짓'은 상대를 쉴 틈 없이 공격하는 기존 액션 게임과 달리 공격 패턴과 박자 등을 파악한 뒤 상대의 빈틈을 노려 신중하게 공격해야만 한다. 캐주얼하고 간편한 방식이 아닌, 고난과 불친절한 플레이에 중점을 뒀다. 그만큼 탄탄한 개발력과 높은 완성도가 요구되는데 이 게임이 그것을 구현해 평단과 게이머 모두에게서 큰 인기를 얻었다.
◇ 환상적인 그래픽과 독자적인 무기 시스템까지 두루 갖춰
'P의 거짓' 고유의 전투 시스템도 차별화 요소다. 주인공 P의 왼팔에 장착된 '리전암'을 교체 및 활용해 다양한 방식의 전투를 즐길 수 있다. 'P의 거짓'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무기 조합' 시스템은, 무기와 손잡이 날을 각각 분리하고 조립하여 새로운 무기를 만들 수 있다. 또 각 무기는 고유 스킬인 '페이블 아츠' 등을 탑재해 적을 만날 때마다 원하는 공격을 가하는 재미가 있다.
높은 해상도로 구현한 벨 에포크 시대도 눈요깃거리다. 19세기 유럽의 건축물을 정교하게 재현한데다 폐허가 된 도시, 비 내리는 광장, 불길에 휩싸인 건물 등을 섬세한 연출과 함께 보여줌으로써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였다. 여기에 당시 복식(服飾)을 구현한 주인공의 의상은 물론 흩날리는 머릿결, 주근깨 등 하나하나가 느껴져 게임에 예술을 입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 '데이브 더 다이버', 해양 어드벤처와 경영 시뮬레이션의 환상적인 마리아주
'게임대상' 경쟁작인 '데이브 더 다이버'의 흥행 기록도 만만찮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넥슨 산하 민트로켓이 만든 게임이다. 이 게임은 넥슨의 신규 개발본부가 주축이 돼 여느 게임들보다 적은 인원으로 만들어진 '인디게임'이다. 소수의 인원이 만든 만큼 '데이브 더 다이버'는 근사한 4K 해상도 3D 그래픽 대신 2D 도트 그래픽을 사용했다. 단순 게임만 보면 레트로 게임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 게임은 해양 어드벤처와 경영 시뮬레이션을 지혜롭게 조합했다. 게이머는 배불뚝이 다이버 '데이브'가 돼 바닷속을 탐험하고 다양한 종류의 해양생물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사냥한 식재료를 가지고 밤에는 초밥 전문점 '반쵸스시'를 운영한다. 전혀 다른 두 장르의 재미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과 독특한 게임 분위기가 '데이브 더 다이버'를 기대 이상의 대성공으로 만들었다.
이 게임이 얼마나 큰 인기를 얻었냐 하면 글로벌 PC게임 유통망 스팀에서 최다 동시 접속 5만 명대를 기록하고, 미국 리뷰 통계 사이트 오픈크리틱에서 평점 90점을 기록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이 오픈크리틱에서 처음으로 90점대를 획득한 국산 게임이라는 기록도 가져갔다.
'데이브 더 다이버'와 'P의 거짓' 모두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고 충분히 넘치는 게임이지만, 넥슨이 지난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로 이미 수상했기에 'P의 거짓'의 수상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2년 연속 같은 회사에 대상이 돌아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데이브 더 다이버'가 인디게임으로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기록했지만 △AAA급 콘솔 대작으로 성공한 점 △콘솔 게임의 흥행력을 입증했다는 점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에서 더 큰 호평을 받았다는 점 등 'P의 거짓'의 대외적인 성과가 더욱 크다는 점도 '게임대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두 게임 다 누가 대상을 받아도 이상할 것 없지만 '대상'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을 고려한다면 '대작' 게임의 수상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오위즈도 'P의 거짓'이 미개척 시장을 개척한데다 이를 영화화하겠다는 제안까지 받는 등 한류 콘텐츠의 인기를 다시금 증명한 만큼 대상 수상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