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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값 달러로 내세요"…'스팀' 덮친 글로벌 경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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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값 달러로 내세요"…'스팀' 덮친 글로벌 경제 위기

중동·중남미 27개국, 미국 달러 거래만 지원
"아르헨티나·튀르키예, 환율 변동 문제 심각"
밸브 코퍼레이션이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등 중동·중남미 27개국 이용자들을 상대로 해당 국가 법정화폐 대신 미국 달러 거래만을 지원하는 내용의 새 통화 정책을 발표했다. 사진=프리픽(Freepik)이미지 확대보기
밸브 코퍼레이션이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등 중동·중남미 27개국 이용자들을 상대로 해당 국가 법정화폐 대신 미국 달러 거래만을 지원하는 내용의 새 통화 정책을 발표했다. 사진=프리픽(Freepik)
글로벌 PC 게임 유통망 스팀에서 아르헨티나와 튀르키예 등의 법정화폐를 더 이상 활용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세계적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제3세계의 위기가 게임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스팀을 운영하는 미국 게임사 밸브 코퍼레이션은 최근 '환율 변동성 문제가 심각한 국가'를 지정, 해당 국가 법정화폐 대신 미국 달러(USD) 거래만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11월 20일부터 적용될 해당 정책은 라틴 아메리카와 중동 지역을 대상으로 하며 총 27개국이 목록에 올랐다.

해당 국가는 구체적으로 △중동: 튀르키예·팔레스타인·이라크·이집트·예멘·요르단·오만·바레인·레바논 9개국 △북아프리카: 튀니지·알제리·수단·모로코·리비아 5개국 △중앙아메리카:파나마·온두라스·엘살바도르·벨리즈·니카라과·과테말라 6개국 △남아메리카: 아르헨티나·에콰도르·파라과이·수리남·볼리비아·베네수엘라·가이아나 7개국이다.

밸브는 이번 목록에서 특기할 국가로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를 지목했다. 두 나라는 모두 세계 20대 주요 국가(G20)의 일원이자 각 대륙을 대표하는 지역 강국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튀르키예의 게임 인구는 지난해 기준 4200만명으로, 전체 인구 8500만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시장 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르헨티나의 게임 인구는 약 1220만명으로 전체 인구 4580만명 중 4분의 1 이상이 게임을 즐겼다.

'스팀' 로고와 플랫폼에 출시된 대표작들의 목록. 국산 게임 '펍지: 배틀그라운드'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 사진=밸브 코퍼레이션이미지 확대보기
'스팀' 로고와 플랫폼에 출시된 대표작들의 목록. 국산 게임 '펍지: 배틀그라운드'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 사진=밸브 코퍼레이션

스팀은 밸브에서 2003년 9월 서비스를 시작,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PC게임 유통망이다. 세계적으로 10억명 이상의 누적 가입자, 1억명 이상의 월간활성이용자(MAU), 3000만명 이상의 주간 최다 동시 접속자들이 이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게임 플랫폼으로 손꼽힌다.

밸브 측은 이번 정책에 대해 '게임 개발자와 배급사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환율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적절한 패키지 판매가를 정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밸브는 "최근 몇 해에 걸쳐 여러 국가의 심각한 환율 변동성으로 인해 패키지 가격 설정은 물론 수수료나 세금, 유통 문제 등 결제 시스템 운용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쳐왔다"며 "달러 거래 정책으로 인한 불편을 막기 위해 각국 법정화폐 보유자들에겐 실시간 환율에 따라 자동으로 달러로 변환하는 기능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는 2020년도 들어 범 지구적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유행과 이로 인한 폐쇄 정책, 지속적인 전쟁 발발로 인해 위기를 맞이했다. 제3세계는 물론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은행이 연이어 파산하고 소비자 물가가 치솟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한 주요 창구로 스팀을 이용하고 있는 한국 게임계도 이번 정책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역대 스팀에서 가장 높은 동시 접속자를 기록한 게임 중 1위와 3위는 한국 게임사 크래프톤의 '펍지: 배틀그라운드(325만명, 이하 최다 동시 접속자 수)'와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다.

이들 외에도 올해 들어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카카오게임즈·님블뉴런 '이터널 리턴', 위메이드 '미르4', 컴투스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펄어비스 '검은사막', 네오위즈 'P의 거짓' 등의 게임이 1만명 이상의 동시 접속자를 기록하며 해외 게이머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