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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금 없는 사회' 가속...유럽·중국·인도·미국 등 CBDC 도입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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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금 없는 사회' 가속...유럽·중국·인도·미국 등 CBDC 도입 경쟁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 공동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 공동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금 없는 사회의 도래에 발맞춰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1월 1일부터 디지털 유로화 발행을 위한 '준비 단계'에 착수한다. 카리브해 연안 국가와 나이지리아 등 11개국은 이미 CBDC를 발행했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인도와 브라질은 내년 디지털 화폐 출시 계획을 밝혔다. 미국도 거래 비용을 낮추고 더 빠른 결제 인프라를 지원하기 위해 CBDC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1일부터 디지털 유로화 발행을 위한 '준비 단계'에 착수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현금이 주류였던 유럽 여러 국가에서도 현금 없는 결제 수단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CBDC는 사용 범위와 사용자의 성격에 따라 범용(소매용) CBDC와 기관용(도매용) CBDC로 구분된다. 범용 CBDC는 현금처럼 다양한 경제 주체에게 발행되어 일상적인 거래에 사용되는 반면, 기관용 CBDC는 주로 금융기관이 자금 거래와 최종 결제 등에 사용된다. 이는 일종의 지급준비금과 유사한 형태로 작동한다.

은행이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발행하는 예금 토큰은 예금과 유사하게 송금이나 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이다.

ECB는 초기에는 개인 간 송금과 온라인 결제에 중점을 두고 이후에는 오프라인 매장 결제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디지털 유로화 사용자는 스마트폰 앱이나 카드를 통해 인터넷 연결 없이도 디지털 유로화를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 유로화의 도입을 위해서는 유럽연합(EU) 내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디지털 유로화 발행은 2028년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글로벌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30개국이 CBDC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64개국은 개발·시범운영·출시단계에 있다.

카리브해 연안 국가와 나이지리아 등 11개국은 이미 CBDC를 발행한 상태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인도와 브라질은 내년 디지털 화폐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국도 CBDC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디지털 달러가 거래 비용을 낮추고 더 빠른 결제 인프라를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최근 2년 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내년 말까지 예금 토큰 발행을 목표로 미래 통화 인프라 구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은은 지난 2020년부터 CBDC 관련 연구를 진행, 현재 기관용 CBDC 활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내년 4분기에는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거래 테스트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CBDC가 도입되더라도 실질적으로 활용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한국은 이미 높은 계좌 보유율을 가지고 있고 민간 결제 서비스가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CBDC 도입으로 기대하는 계좌 확산 및 지급 결제 서비스 혁신에 대한 기대치는 제한적이다.

CBDC 선두 주자인 나이지리아나 중국 등에서도 예상보다 이용률이 저조해 민간 결제 수단과의 협력 등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CBDC를 발행한 바하마의 CBDC 사용량은 1% 미만이다. 또한, 2021년 아프리카 최초로 CBDC를 발행한 나이지리아에서는 비트코인 이용에 밀려 98.5%가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3월 "지난 2년 동안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한국의 경우 신속 자금이체 시스템이 발달해 범용 CBDC 도입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국제결제은행(BIS)과 함께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토큰화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법적 근거 마련, 상업은행의 예금 유출 우려 해소 등이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CBDC가 도입되면 상업은행 예금이 중앙은행으로 유출돼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ECB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CBDC를 도입할 때 1인당 보유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한국은행과 한국거래소는 탄소배출권 시장을 대상으로 CBDC 활용성 테스트와 분산원장 기술 모의실험을 연계해 진행할 예정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CBDC 활용성 테스트는 경제의 디지털 전환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미래 인프라 구축 방안을 점검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며 "거래소와의 협력은 이러한 노력의 첫출발"이라고 말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