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외에 이제 드론도 이에 해당한다.
DJI는 미국에서 특허 침해 혐의로 고소돼 벌금을 부담하게 됐다. 이외 미국 시장에서 드론을 덤핑하고 있다는 혐의로 추가적인 벌금을 부과받는 상황에 놓여 있다.
텍스트론 주요 고객은 미군으로, 미군에 드론·전투기·군함 등을 공급하고 있다. 텍스트론은 DJI의 특허 침해가 미군의 드론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3년 4월 21일, 텍사스주 웨이코의 연방 배심원단은 DJI에게 의도적인 특허 침해 혐의로 유죄를 선고하고, 상대방에게 2억7900만 달러를 지불하라고 선고했다. 물론, DJI는 텍스트론 주장을 부인하고 있으며, 자사 기술이 텍스트론의 특허 기술과 유사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며, 아직 판결이 나오진 않았지만, DJI가 패소하면 벌금과 함께 미국에서 판매가 금지될 수 있다.
미국의 제재 이유는 DJI의 시장 점유율과 기술력, 데이터 보안에 따른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드론 시장의 규모는 2022년에 약 318억 달러, 2026년에 약 664억7000만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드론 제조사인 중국의 DJI는 세계 드론 시장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2020년 기준으로 중국은 세계 상업 드론 시장의 약 94%를 차지했다.
드론 산업 인사이트의 통계에 따르면, DJI는 2021년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1년 미국에서 76.1%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2위 인텔은 4.1%에 불과했다.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드론의 가치는 무려 813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미국 전체 드론 수입의 약 90%를 차지하는 수치다.
중국 최대 드론기업인 DJI의 드론은 뛰어난 성능과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소비자에 인기가 있었다. 이는 미국 드론 산업을 위축시켰고, 특히 DJI의 드론은 군사 또는 테러 활동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
미국 정부와 투자기관은 중국의 DJI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의 드론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했으나, DJI의 강력한 경쟁력에 밀려 실패했다.
2009년 설립된 미국의 드론기업인 3D 로보틱스는 2015년에 DJI의 미국 지사 임원을 영입하고, 설립 2년 만에 드론 솔로를 출시했다. 드론 솔로는 당시 뛰어난 성능과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평가받았으나, DJI 팬텀3에 밀려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지 못했다. DJI 팬텀3는 절반에 가까운 가격으로 출시되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결국, 미국의 드론기업은 DJI의 강력한 경쟁력에 밀려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았다. 미국 정부와 투자기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드론 산업이 중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확인된 셈이었다.
이에 미국은 중국의 거대 드론인 DJI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진행했다.
DJI는 한때 백악관 주변을 비행했던 드론으로 미국인들의 눈에는 절대로 용납되지 않았다. 2016년 미국 국회의원들은 네트워크 데이터 보안을 이유로 DJI에 대한 제한을 제안하기 시작했고, 2017년 미국은 공식적으로 DJI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2018년 5월 미국 국방부와 육군은 모든 조직에서 DJI 구매 및 사용을 중단하고 모든 DJI 드론 제품을 금지하도록 조치했다.
DJI 드론이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 및 전송하고 중국 정부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동시에 미국은 DJI 드론이 군사 또는 테러 활동에 사용돼 자국에 위협이 될 것을 우려했다.
사이버 보안 및 인프라 보호 기관(CISA)은 중국산 드론을 사용하면 데이터 유출과 해커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미국 정부에 경고했다.
이는 ZTE에서 볼 수 있는 조치였다. 2018년 미국은 ZTE를 상대로 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제재를 가해 미국 내 ZTE의 성장을 사실상 막았다.
미국은 DJI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덤핑 혐의로 벌금을 부과하고, 핵심 코드에 대한 액세스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DJI는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한 항소, 국산화율 향상, 정부 지원 확보, 고객 데이터 보안 강화에 나서고 있다.
DJI는 미국의 제재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며, 특허 침해 혐의를 부인하고 항소했다. 또한, 덤핑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법적 대응을 통해 소송에서 승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 DJI는 정부의 지원과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하려고 한다. 중국 정부의 재정 및 기술 지원을 받아 칩, 배터리, 카메라 등 주요 부품의 자체 제작을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DJI는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제2의 화웨이가 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중국 드론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려고 한다. 이미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중국 정부의 지원과 국산화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칩이다. 화웨이와 마찬가지로 DJI의 핵심 칩은 모두 수입 제품이다.
DJI 칩의 80% 가까이가 해외에서 수입되며,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칩은 미국 제품이다. DJI의 제품은 DJI 고유의 특허 기술 외 대부분이 해외 공급업체에서 생산된다.
DJI는 코어 배터리, 무선 신호, 소음 제거를 담당하는 칩은 각각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와 코르보에서, 얼굴과 몸짓 인식, 시각 보조를 담당하는 칩은 인텔 소유의 모비디우스에서 공급받고 있다. 또한, 비행 기능을 담당하는 자이로스코프 마이크로 전자 칩은 미국 인벤센스와 ADI 세미컨덕터사에서, 글로벌 내비게이션 시스템 모듈은 유럽의 유블럭스에서 수입한다.
기타 주요 부품은 삼성, 영국, 일본, 스위스 및 기타 국가에서 수입한다.
그러나 최근 DJI는 국산화율을 높여 메인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 프로세서를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스토리지 칩도 중국 기업에서 생산하고 있다.
DJI의 국산화율이 크게 향상됐으며 산업 체인의 보안이 단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특허 기술 침해와 덤핑에 대해 승소할 경우, 제재 행위를 미국에 국한하지 않고 자유 진영 전체로 확대할 수 있다. 심지어 핵심 칩에 대해 수출을 중단할 수도 있다.
또한, DJI 드론이 테러나 제재 국가에 들어간 것이 확인되면 제재 기업 목록에 등재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 판매 시장이 크게 줄어들고, 나아가 ‘제2의 화웨이’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