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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동 오일 머니, 이·팔 전쟁에도 글로벌 스포츠 시장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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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동 오일 머니, 이·팔 전쟁에도 글로벌 스포츠 시장 싹쓸이

사우디 국부펀드 등 미국·유럽 등 프로 스포츠 점령 나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가 지난 2021년에 한 스포츠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SI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가 지난 2021년에 한 스포츠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SI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중동의 오일 머니가 글로벌 스포츠 시장 싹쓸이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가 글로벌 스포츠 시장을 뒤집어 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전격 공격한 이후에도 오일 머니의 글로벌 스포츠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프로농구(NBA)와 세계 최고 종합격투기(MMA) 단체 UFC가 지난달 UAE에서 경기를 개최했다. 세계 남자 테니스 랭킹 1위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 2위 카를로스 알카라스(2위·스페인)는 다음 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범 경기를 갖기로 했다. 올해부터 5년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왕중왕전’인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사우디 제다에서 열린다. UFC는 내년에 사우디에서 대회를 개최한다. 사우디는 2034년 월드컵 주최국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카타르는 지난해 월드컵 주최국이었다.
오일 머니는 유럽 프로축구 구단 사냥에 나섰다. 카타르는 이강인 선수가 속한 프랑스 프로축구팀 파리 생제르맹(PSG)을, UAE는 영국의 맨체스터 시티를, 사우디아라비아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구단주 자리를 꿰찼다. 특히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F1)과 최근 UFC와 합병한 프로레슬링 WWE를 통째로 매입하려 한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중동의 기업들도 미국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사우디의 아람코는 포뮬러원에, 카타르 항공은 NBA에, 에티하드 항공은 MLS(메이저리그 사커)에, 에미레이트 항공은 유스 오픈에 후원사와 대회 주최자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 카타르 오일 머니는 NBA에 이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투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일 머니의 미국 스포츠 투자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고, 앞으로 지속해서 밀려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 스포츠계에서 미국프로풋볼리그(NFL)가 유일하게 외국 국부펀드의 투자를 금지하고 있으나 이 규정 수정을 검토하는 특별위원회가 가동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 BBC스포츠가 덴마크 스포츠연구소 프레이더게임이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사우디는 전 세계 21개 스포츠 종목에 312개의 후원 계약을 맺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은 83개의 후원 계약이 축구 종목에서 체결됐고, 그다음이 모터스포츠(34개)와 골프(33개) 순이다. 특히 사우디 국부펀드는 전체 후원 계약 절반에 가까운 139건을 체결했다.
PIF의 자산은 무려 7000억 달러(약 930조원)로 추산된다. PIF는 현재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의 지분 80%를 소유하고 있고, 2034년 월드컵 개최를 사실상 확정 지었다. 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 네이마르(알힐랄), 카림 벤제마(알이티하드) 등 거물급 스타들을 자국 프로축구로 데려갔다.
사우디관광청 홍보대사는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다. 사우디의 LIV 골프와 대립각을 세우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올해 6월 갑자기 합병을 발표했고, 이는 사실상 사우디 오일 머니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가 내년부터 매년 자국 수도인 리야드에서 대규모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첫 대회는 내년 6월에 열리며 사상 최대 상금 규모에 모든 장르에 걸쳐 주요 e스포츠 종목을 포함한다. MBS는 e스포츠 월드컵게임과 e스포츠를 지원하고 국제 e스포츠 허브로서 사우디 입지를 공고히 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의 행보는 ‘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을 뜻하는 ‘스포츠워싱’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사우디 등이 인권 탄압국이라는 오명을 벗으려고 스포츠를 통해 이미지 세탁을 한다는 것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