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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도 핵무기 증강 나섰다…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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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도 핵무기 증강 나섰다…어떻게 될까?

중국 등에 자극을 받은 미국이 핵무기 수를 늘리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 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등에 자극을 받은 미국이 핵무기 수를 늘리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
얼마 전 이스라엘 한 장관이 가자지구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에 빠져 있는 러시아도 툭하면 핵무기를 입에 올린다.

G2 국가이면서 핵무기 수에선 러시아, 미국에 한참 뒤져 있는 중국은 급속히 핵 공장을 가동 중이다. 북한은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하다.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는데 핵무기가 무슨 소용인가.
미국은 1945년 세계 최초로 핵무기를 생산했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통해 상세한 과정을 볼 수 있었다. 핵무기 수를 줄여 온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에 자극을 받아서 인지 최근 슬슬 몸 풀기에 나섰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에이컨 카운티에 위치한 ‘사바나 리버 사이트(SRS)’는 얼핏 보면 화학 공장처럼 보인다. 이곳은 미국의 1급 보안 지역이다. 핵무기와 관련된 곳이기 때문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냉전시대의 유물로 남아 있던 이곳은 최근 부활을 준비 중이다.
지난 6월, 미국 하원 세출위원회는 에너지부(DOE)의 2024 회계연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SRC는 핵무기 통제 권한을 가진 DOE 산하 기관이다.

미국 정부는 191억 달러(약 25조 490억 원)를 투입해 핵폭발의 핵심 성분인 플루토늄 피트의 생산량과 비축량을 늘릴 방침이다. 이는 한국 연간 국방비의 35%에 해당한다.

지난 2월 중국 정찰 풍선이 북미 대륙을 가로지르며 스파이 활동을 벌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풍선은 서부 몬태나, 중서부 미주리 및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을 통과했다.

풍선이 따라간 경로는 모두 미국 핵무기 시설과 관련되어 있다. 풍선은 중요한 핵 기지 및 개발 시설 근처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SRS도 그중 하나다.

2000년대에 SRS는 잉여 플루토늄의 평화적 사용에 집중했다. SRS는 우라늄-플루토늄 혼합 산화물(MOX) 연료 생산 공장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제 정세의 긴박한 흐름은 SRS의 기능을 평화 유지에서 폭력의 극대화로 바꾸어 놓았다.

미국은 500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인류 전체를 파멸시킬 수 있는 위력이다. 그런데 왜 새 핵무기를 원할까.

그 가운데 상당수는 냉전 이전에 만들어진 오래된 핵무기들이기 때문이다. 탄두에 장착된 핵심 부품인 피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열화 작용으로 고장 났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는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피트를 생산하는 공장이 없다. 5000개의 핵무기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려면 최소 80개 이상의 핵무기를 매년 새로 만들어야 한다. SRS의 역할이 새삼 주목되는 이유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의 핵탄두 수를 500개 내외로 보고 있다. 2030년에는 현재의 두 배인 1000개로 늘어난다. 미국이 새 핵무기 개발을 미적거리면 언제 최첨단 핵무기에서 중국에 뒤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주도인 컬럼비아 근처에는 낯익은 회사 이름의 공장이 눈에 띈다. ‘웨스팅하우스 컬럼비아 사이트’다.

원자력 발전 회사인 웨스팅하우스(WH)의 핵연료 처리 시설이다. WH는 세계적인 원전 역풍으로 한 때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최근엔 물 만난 고기처럼 활발하다. 핵무기 생산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미·중 대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 전쟁 등으로 세계의 정세는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핵무기를 가지지 않은 나라는 언제든 침략의 공포에 직면해야 한다.

반면 핵무기를 가진 나라는 유지를 위해 더 많은 핵폭탄을 만들어 내야 한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은 핵무기를 늘리는 데만 향후 10년 동안 약 7500억 달러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는 구소련 붕괴 당시 자신들을 지켜준다는 약속을 믿고 핵무기를 포기했다. 그 대가는 러시아의 침공이었다.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한다고 해도 이미 국토는 유린됐고,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구시대의 유물처럼 취급됐던 핵무기의 악령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그 위협이 언제 우리의 현실이 될지 알 수 없어 더 답답하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