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일본 본사(NEXON Co., Ltd.)는 9일, 이정헌 대표를 본사의 대표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그는 오웬 마호니 전임 대표의 뒤를 이어 넥슨의 글로벌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넥슨을 첫 직장으로 선택한 계기는 1996년 출시된 넥슨의 데뷔작 '바람의 나라'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식선상에서 수차례 "어렸을 때부터 정말 게임을 좋아했으며, 그런 나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줬던 게임은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였다"고 발언한 바 있다.
넥슨의 주요 IP들의 성장을 이끈 이정헌 실장은 넥슨코리아 사업본부장, 사업총괄 부사장 직을 거쳐 2018년 1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 재밌는 게임 만들기 위해서는 직원 존중해야...'상생의 리더십' 발휘
IP 사업 관련 실무를 두루 거쳐온 이정헌 대표답게 그가 이끈 넥슨코리아의 핵심 기조는 '오리지널 IP 개발'과 이를 뒷받침하는 '직원 자율성 존중'이다.
이정헌 대표 체제의 핵심 슬로건은 '빅 앤 리틀'로 정리된다. 기존 게임사들과 비슷하게 수백 명 규모의 대작 게임 개발진은 그대로 운영하되, 수 십명 규모의 보다 적은 개발진은 '매출보다는 게임 본연의 재미'에 포커스를 두고 개발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했다.
이러한 기조에 맞춰 넥슨은 기존의 대작 IP, 신규 IP 가릴 것 없이 성과를 거뒀다. 5년 동안 두 번의 대한민국 게임대상(2020년 'V4', 2022년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과 게임대상 인기상(2020년 '바람의 나라 연', 2022년 '블루 아카이브')을 수상하며 흥행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또 올해 6월 출시된 신작 '데이브 더 다이버', 10월 오픈 베타 테스트(OBT)에 들어간 '더 파이널스'가 세계 게이머들에게 인정받으며 국내는 물론 세계 게이머들까지도 주목하는 게임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게임 사업의 성과 뒤에는 말단 직원까지 확실히 보듬는 '상생의 리더십'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1년 출범한 채용 연계형 프로그램 '넥토리얼'이다. 채용 과정과 인턴십에 더해 1:1 멘토링, 그룹 네트워킹 등을 다각도로 지원하는 넥토리얼은 정규직 전환율 90% 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게임업계 구직자들 사이에선 '제1의 등용문'으로 손꼽힌다.
이 대표 재임 첫 해인 2018년, 넥슨에선 국내 게임업계 첫 노동조합 '스타팅 포인트'가 출범했다. 넥슨코리아는 첨예한 노사갈등 대신 포괄임금제·전환배치 시스템 폐지 등 노조 측 요구를 적절히 수용하며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 업계 내에선 'IT 분야에선 우호적 노사관계의 대표주자가 바로 넥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넥슨코리아 대표 재임 중 PC→모바일 게임 확장 성공
넥슨의 발표에 따르면, 이정헌 대표가 넥슨코리아를 이끈 지난 5년 동안 회사는 19%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보였다. 특히 모바일 게임 분야 매출 비중이 22%에서 31%로 확대돼 회사의 기존 주력 분야인 PC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 분야로의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이는 본사 넥슨이 2017년 기준 연매출 2조3000억원 게임사에서 2022년 기준 3조4000억원 게임사로 대폭 성장하는 기폭제가 됐다. 넥슨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만 3조742억원을 기록, '연 매출 4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넥슨 본사를 이끄는 자리에 앉은 이정헌 대표의 당면 과제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는 것이다.
올 3분기 넥슨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넥슨 매출 전체의 63%는 한국, 20%는 중국에서 발생했다. 앞서 언급했던 글로벌 시장의 주목받는 게임들을 확고한 성공작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아시아 외 시장에서의 성과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웬 마호니 현 넥슨 대표는 "탄탄한 경영 구조 하에 강력한 차세대 리더들을 갖춘 넥슨은 어느 때보다 강력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이정헌 대표는 그러한 넥슨을 이끌고 다음 세대를 향한 성장을 위한 완벽한 리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정헌 대표 취임 시점에 선임 고문으로 물러나 이사회에 남을 전망이다.
이정헌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콘텐츠 개발·역량과 기술 혁신성, 안정성을 두루 갖춘 넥슨의 리더를 맡게 돼 영광스럽다"며 "좋은 성과를 내기 시작한 글로벌 IP들의 안정적 운영에 더해 가능성 높은 신작 개발에 투자, 넥슨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