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는 화성에 대한 인류 최초의 유인 탐사 계획을 야심차게 추진 중이지만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 1분기 들어 흑자로 돌아서면서 기업가치가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기업인 인텔과 어깨를 겨루는 1500억달러(약 201조원) 수준으로 추산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최첨단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는 주역이지만 머스크가 화성 유인탐사라는 전무후무한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직원들을 채근하는데만 열중한 결과 조성된 매우 열악한 근로환경 때문에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 사업장내 산업재해만 600여건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산업재해가 난무하는 사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스페이스X가 미 노동부 산하 직업안전위생관리국(OSHA) 등 관계 당국에 제출한 각종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최소한 600건 이상의 산업재해가 그동안 스페이스X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는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스페이스X가 화성 탐사라는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산업재해 방지를 비롯해 근로환경을 제대로 갖추는 일을 게을리하거나 외면해왔다는 얘기다.
특히 OSHA는 로니 르블랑이라는 미 해병대 출신의 신입 직원이 미국 텍사스주 맥그리거에 있는 스페이스X 사업장에서 지난 2014년 사망한 사고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직원들에 대한 사측의 안전 관련 조치가 미흡해 벌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이뿐 아니라 실적을 내는데 열중한 나머지 위험한 작업을 하는 직원들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스페이스X 측이 전반적으로 게을리해왔다는 것이 OHSA가 내린 결론이다.
“머스크 개인 목표 실현에 직원들 희생양”
로이터는 “머스크가 화성 유인탐사 계획을 과도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불만이 사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로이터가 접촉한 다수의 전‧현직 직원들은 스페이스X에서는 안전보다 머스크가 세운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로 취급된다며 총수인 머스크에 화살을 돌렸다.
심각한 저출산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지구의 대안으로 화성에 대한 유인 탐사를 추진한다는 사람이 그 추진 과정에 투입돼 일하는 근로자들의 안위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항공전자 엔지니어로 스페이스X에서 일하다 근로자의 안전을 소홀히 하는 회사에 문제를 제기한 뒤 해고된 톰 몰린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화성 유인 탐사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성사시켜 인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머스크 개인의 목표가 회사 곳곳의 업무 현장에 널리 퍼져있는 실정”이라면서 “산업재해를 비롯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대의를 위해 감수해야 하는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머스크, 밝은색 싫다며 안전조끼 못 입게 해”
심지어 머스크는 거친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가시성을 높이는 안전조끼를 입는 것조차 개인적으로 밝은색이 싫다면서 막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뿐만 아니라 머스크는 스페이스X 사업장에 즐비한 각종 기계류에 산업 안전을 위해 노란색이 도색돼 있는 것을 보고도 역시 밝은색이 눈에 거슬린다면서 검은색이나 파란색으로 바꿔 칠할 것을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관련 법규에 따라 정해진 일까지 총수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뒤바꿨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것이 세계적인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머스크 개인의 철학과 깊이 관련돼 있다고 분석하면서 혁신을 이유로 근로자들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했다.
OSHA 출신의 한 산업재해 전문가는 “스페이스X가 인류 최초의 화성 유인 탐사를 추진한다고 해서 그 과정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어도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