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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스타' 페이커가 들어 올린 롤드컵…다시 불 붙는 e스포츠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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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스타' 페이커가 들어 올린 롤드컵…다시 불 붙는 e스포츠 열기

생애 네번째 챔피언 등극…최연소·최고령 우승 기록 동시 보유
글로벌 최다 동시 시청자 수 640만명…지난해 대비 24.4% 증가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직후 T1 선수들이 우승컵과 함께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케리아' 류민석, '구마유시' 이민형, '페이커' 이상혁, '오너' 문현준, '제우스' 최우제. 사진=LOL e스포츠 공식 X(트위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직후 T1 선수들이 우승컵과 함께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케리아' 류민석, '구마유시' 이민형, '페이커' 이상혁, '오너' 문현준, '제우스' 최우제. 사진=LOL e스포츠 공식 X(트위터)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이른바 롤드컵이 '페이커' 이상혁과 T1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됨에 따라 e스포츠 자체의 콘텐츠적 가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T1은 중국의 웨이보 게이밍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3년과 2015년, 2016년 이후 네 번째 우승컵으로, 페이커와 T1은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네 번이나 월드 챔피언에 오른 선수와 팀으로 기록됐다.
특히 페이커는 데뷔한 해인 2013년 기록한 월드 챔피언십 최연소 우승 선수(만 17세 117일) 기록에 이어 이번 우승으로 최고령 우승 선수(만 27세 196일) 기록까지 수립해 '살아있는 전설'로서의 역사를 썼다.

국내 각지에선 '롤드컵'을 시청하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고척 경기장에 모여든 1만8000명의 관람객은 물론 라이엇 게임즈가 유튜브와 협력해 설치한 광화문 광장 단체 응원 구역에는 약 1만5000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CJ CGV는 전국 43개 영화관에서 결승전 함께 보기 상영회를 진행, 2만여 명의 관람객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승전 시청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적지 않아, 일각에선 이번 롤드컵의 한국 개최로 2000억원 수준의 경제 효과가 발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 1인미디어 분석업체 스트림즈차트에 다르면 이번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의 유튜브·트위치 최다 동시 시청자 수는 640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결승전 대비 24.4% 증가한 수치다.

스트림즈차트는 LOL e스포츠 최대 시장인 중국 현지 플랫폼의 자료는 집계하지 못했다. 웨이보 등 중국 현지 소셜 미디어에선 이번 롤드컵 결승전의 시청자 수가 9000만명을 넘어섰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와 유튜브가 광화문에서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단체 응원 행사를 열었다. 사진=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라이엇 게임즈와 유튜브가 광화문에서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단체 응원 행사를 열었다. 사진=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페이커와 T1의 우승에 프로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손흥민 선수, 현직 국회의원 이상헌 의원과 하태경 의원, 베테랑 래퍼 타이거JK, 배우 박보영 등 각계에서 소셜 미디어로 축하를 전했다.

결승전의 희생양이 된 웨이보 게이밍의 소속 팀 중국에서도 페이커의 우승에 환호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중국 측 해설위원 또한 "한국 관중에게는 아름다운 기억을, 중국 관중에겐 잊고 싶은 악몽을 선사했다"며 T1의 우승을 축하했다. 양국의 국가 감정, 특히 e스포츠 분야에서의 라이벌 의식을 고려하면 의례적인 모습이었다.

T1의 우승은 해외 스포츠, 게임 전문지는 물론 BBC, 로이터, 포브스, 프랑스24 등 종합지·경제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기사로 다뤄졌다.

미국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페이커는 e스포츠의 마이클 조던이라 불리는 슈퍼스타"라며 "중국의 베이징, 베트남의 하노이 등 세계 각지에서 수백, 수천 명 단위로 페이커의 팬들이 모여 이번 경기를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페이커 선수와 T1(당시 SK텔레콤 T1 K) 2013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당시의 사진. 왼쪽부터 '벵기' 배성웅, 페이커, '피글렛' 채광진, '임팩트' 정언영과 '푸만두' 이정현. 사진=라이엇 게임즈이미지 확대보기
페이커 선수와 T1(당시 SK텔레콤 T1 K) 2013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당시의 사진. 왼쪽부터 '벵기' 배성웅, 페이커, '피글렛' 채광진, '임팩트' 정언영과 '푸만두' 이정현. 사진=라이엇 게임즈

페이커와 T1의 이번 우승은 모기업인 SK텔레콤(SKT), 나아가 e스포츠 산업 전체에도 큰 의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은 e스포츠 태동기인 2004년부터 20년 가까이 프로게임단을 운영했으며, 페이커 이전에 '스타크래프트' 종목의 레전드 임요환 선수 또한 T1의 선수로 활약했었다.

특히 이번 우승은 T1 LOL 팀의 태동과 함께했던 페이커가 소속 구단에서 키워낸 유망주들과 함께 일군 우승이란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결승전의 MVP로 선정된 '제우스' 최우제와 정글러 '오너' 문현준, 원거리딜러 '구마유시' 이민형은 모두 T1 e스포츠 아카데미를 통해 발굴, 프로 선수로까지 키워낸 '순혈 선수'들이다.

SKT 측은 "오랜 기간 e스포츠를 후원하고 유망주 시스템을 확립하는 등 저변을 확대해온 성과를 일궈내 기쁜 마음"이라며 "e스포츠는 미래 발전 가능성도 높은 만큼 지속적인 관심,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스포츠는 현재 프로 스포츠 분야에서도 주목 받는 종목으로 거듭났다. 아시안 게임에선 2018년 시범 종목을 거쳐 2022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페이커는 제우스와 '케리아' 류민석 등 팀 동료들과 함께 이번 아시안 게임에 한국 국가대표로 참전, LOL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는 2026년 일본에서 열릴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에서도 e스포츠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케네스 포크(Kenneth Fok) 아시아e스포츠연맹(AESF) 회장은 "스포츠 분야에 있어 e스포츠의 가치가 입증돼 기쁘다"며 "여러 파트너와 함께 지금의 저변을 넘어 더욱 넓은 방향으로 e스포츠를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