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제품에만 3D 프린팅 기술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주택 같은 건축물에도 3D 프린팅 기술을 시도하는 사례가 근년에 잇따르면서 건축 분야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굴지의 3D 프린팅 건설업체, 공사 중단 발표
알퀴스트는 비영리단체 해비타트와 협력해 지난해 성탄절을 코앞에 두고 미국에서 처음으로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버니지아주 윌리엄스버그 소재 주택을 발표해 큰 화제를 모았던 주역이다. 이 주택은 세계적으로도 처음 지어진 자가 소유 3D 주택이었다.
이 발표 이후 3D 프린팅 기술이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주택 개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확산됐다.
그러나 이 단지 이전에도 상당수의 3D 프린팅 주택을 건설한 경험이 있는 알퀴스트가 최근 다시 주목을 받은 이유는 사업이 번창해서가 아니라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아이오와주 머스컨틴시에서 조성을 추진해온 3D 프린팅 주택단지 건축 사업을 포기한다고 최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단지에 침실 3개가 딸린 120㎡ 크기의 단독주택 10채를 짓는다는 것이 알퀴스트의 당초 계획이었다. 각 주택의 가격은 30만 달러(약 3억9000만원) 수준이었다.
3D 프린팅 주택의 붕괴 위험
이 10채 가운데 첫 번째 주택을 착공한 시점은 지난 9월.
그러나 알퀴스트는 첫 번째 주택의 시공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에 봉착해 완공을 포기하고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그동안 지었던 부분은 모두 허물기로 했다.
재커리 맨하이머 알퀴스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비즈니스인사이더와 한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밝힌 공사 중단 이유는 프린팅 믹스, 3D 프린팅 주택을 세우는 데 들어가는 전용 콘크리트의 문제다.
이 전용 콘크리트를 사용해 층층이 건물을 올리는 것이 3D 프린팅 주택 공사의 요체인데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붕괴 위험이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
버지니아에 지은 주택을 비롯해 이 전용 콘크리트를 처음 사용한 것이 아님에도 이번 공사에서 예상치 못한 큰 문제가 발견됐다는 얘기다.
맨하이머 CEO는 “똑같은 프린팅 믹스를 사용하더라도 시공 요건과 주변 기후가 다른데다 구조를 담당하는 엔지니어의 역량이 지역마다 다른 문제 등이 겹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D 프린팅 주택용 콘크리트는 동일하게 적용했지만 다른 요인들이 작용해 붕괴 위험이 없는 집을 완공할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는 얘기다. 3D 프린팅 주택 기술이 아직 얼마나 초기 단계에 있는지를 잘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3D 프린팅 주택 건설의 걸림돌들
3D 프린팅 주택 공사에 필수적인 자재와 장비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것도 3D 프린팅 주택의 확산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맨하이머 CEO는 “3D 프린팅 전용 콘크리트의 가격만 보더라도 0.9m당 800~900달러(약 104만~117만원) 수준으로 일반 주택 건설에 들어가는 콘크리트 가격을 크게 웃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콘크리트보다 더 큰 문제는 초대형 3D 프린터다. 3D 프린팅 건축에 필수적인 엄청난 크기의 전용 3D 프린터 가격은 적게 잡아도 무려 50만~60만 달러(약 6억5000만~7억80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특수 프린터는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공사장이 바뀔 때마다 이동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 알퀴스트의 설명이다.
장비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3D 프린팅 주택의 공사에 필요한 장비는 최첨단 기술이 들어갔기 때문에 공사 인력에 대한 교육이 매우 중요한데 이런 종류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도 흔치 않을 뿐 아니라 직원 교육과정에도 상당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맨하이머 CEO는 “우리가 하는 일은 전에 없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일이므로 하다 보면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이런 장애물들이 충분히 극복되기 전까지는 3D 프린팅 주택이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