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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극우 정당 내년 유럽 의회 선거서 돌풍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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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극우 정당 내년 유럽 의회 선거서 돌풍 예상

내년 유럽 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의 약진이 예상된다.  사진=본사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내년 유럽 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의 약진이 예상된다. 사진=본사 자료
유럽은 히틀러의 망령이 지배해온 땅이다. 웬만해선 극우 정당이 자리 잡기 힘들었다. 그러나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면서 어느새 유럽은 극우 정당 세력권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내년 6월 유럽 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들이 크게 약진을 차지하면 세계는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극우 정당은 올해 네덜란드 하원 선거와 독일 시장 선거에서 연달아 승리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내년 6월 유럽 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은 의석수를 크게 늘릴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약화와 함께 세계는 극심한 분열과 반목으로 몸살을 앓게 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계 예산 압박과 확전 일로의 중동 정세, 이슬람과 이민자에 대한 반감 등이 더해져 2차 대전 이후 자취를 감췄던 유럽의 극우 정당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유로파 일렉츠의 11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극우 정당인 ‘정체성과 민주주의(ID)’는 내년 의석수 720명의 유럽의회 선거에서 87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ID는 여러 정파로 나누어진 극우 정당의 일부일 뿐이다.
현재도 극우 정당들의 의석수를 모두 합하면 130여 석에 이른다. 내년 선거에선 이들 극우 정당들이 어느 선까지 의석수를 늘일까. ID에는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과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선택지(AfD)가 참여해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예상 의석수는 60석 정도였지만 여름 이후 급격히 지지도를 높였다. ID는 2019년의 유럽의회 선거 이후 결성됐다. 전체 의석의 10%가량(73석)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내년 6월 의회를 끝내면 한층 더 존재감을 드러낼 전망이다. 반면 프랑스 여당 등 진보 진영이나 환경 정당은 상대적으로 약세가 예상된다.

극우 정당들의 약진


지난해 세계 각국 선거에서 극우 정당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독일에서는 12월 17일(현지 시간) AfD 후보가 작센 동부 피르나 시장으로 당선됐다. AfD가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AfD는 내년 가을에 치러질 옛 동독 지역 3개 주의 주 선거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AfD는 원래 구동독에서만 지지 기반을 갖고 있었다. AfD는 지난 10월 서부지역인 헤센 주 의회 선거에서도 약진을 이뤄냈고, 옛 서독 전역으로 지지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올 들어서는 튀링겐 중부의 소네베르크 카운티에서 독일 최초의 AfD 카운티 시장이 선출되는 등 발 빠르게 정치 영토를 넓히고 있다.

극우 진영의 지지도가 상승하는 주된 원인은 반 이슬람· 반이민 정서 때문이다. 지난 10월 이후 프랑스와 벨기에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충돌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AfD와 같은 극우 정당은 반이민과 반이슬람 정서에 편승해 지지도를 넓혀 왔다. 유권자들은 테러리즘에 대한 두려움과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을 극우 정당을 통해 표출했다. 네덜란드에선 극우 정당인 자유당이 11월 총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유럽 유권자들은 자국 우선의 극우 정당 슬로건에 빠져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럽 지도자들의 단결로 이끌었지만 유권자들의 불만도 함께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외교협회(ECFR)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6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5%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이 유럽 안보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유럽 내 민심은 더욱 흉흉해지고 있다.

최근 유로 지역의 소비자 물가 지수 상승률은 다소 둔화되었지만 11월 식료품 가격은 6.9% 상승했고, 가계는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은 정부가 다른 나라보다 자신들을 먼저 도와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내년 유럽 의회 선거의 결과 극우 세력이 약진하면 우크라이나 지원, 환경보호, 각종 규제 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지고 반이민 정세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이끄는 현 집행부는 내년 10월 임기를 마친다. 새 집행부가 보다 강력한 우경화 정책을 펼치면 세계는 더 분열될 것이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