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이중상장 되면서 지주회사가 100% 미만의 지분을 갖고 있는 상장 자회사들이 허다하다.
국내의 지배구조와는 달리 해외의 경우 지주회사에 대한 법률적 규제 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 100%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구태여 지주회사에 대한 별도의 법적 규제가 필요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이중상장 되어 있는 경우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주주간 이해상충 문제가 첨예하게 발생할 여지가 있다. 자회사 지분 보유가 주된 사업목적인 지주회사가 직접 사업에 나선다면 지주회사의 설립 취지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지주회사의 가치는 지배하고 있는 자회사의 가치에 연동되고 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상장되어 있을 경우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와의 주주간 이해상충 문제 발생 등으로 자산가치가 크게 할인될 수 밖에 없다.
국내 지주회사의 시가총액이 NAV(순자산가치)의 40~6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같이 낙후된 지배구조 때문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출범하기 직전 사업회사가 갖고 있던 자회사를 지주회사의 소속으로 돌리거나 지주회사 출범후 M&A(인수합병)을 통해 지주회사가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주회사의 사업영역이 확대될수록 지분이 가장 많은 오너가에게 유리하다.
대기업이 자회사의 지분 100%를 갖게 되면 상장되어 있던 자회사가 비상장회사로 전환되면서 자연 모회사의 이중상장으로 인한 할인 현상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모회사와 자회사의 주주간 이해상충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는 상장기업이었던 한국아트라스BX를 상장폐지한 후 2021년 4월 1일 흡수 합병했다. 한국아트라스BX는 한국앤컴퍼니가 지주회사로 출범하기 전인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최대주주였다. 한국앤컴퍼니는 조현범 회장 오너가에서 지분 77%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타이어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되지 않았으면 기존 한국타이어가 한국아트라스BX를 흡수 합병하거나 100% 자회사로 둘 수 있을 수도 있었다. 한국앤컴퍼니는 한국아트라스BX 합병을 앞두고 사모펀드의 반발로 곤혹을 치른바 있다.
에코프로그룹도 쪼개기 상장으로 모회사와 자회사간 이행상충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에코프로그룹의 자회사가 상장될 때에는 자회사 이중상장이 에코프로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면서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발생했다.
에코프로그룹은 지주회사인 에코프로를 비롯해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4개사를 상장해놓고 있다.
삼성그룹도 이중상장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희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에는 최대주주가 삼성SDI, 삼성SDI의 최대주주가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삼성생명,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삼성물산이라는 꼬리물기 이중상장이라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는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 주가가 순자산 가치 대비 68%가량 할인된 가격에 거래돼 저평가 상태라며 주주 환원 강화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의 자회사 이중상장의 이면에는 오너가의 일감몰아주기가 내재되어 있을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상장자회사인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은 설립 초기 오너가의 지분이 거의 100%에 달했는데 일감몰아주기로 기업가치를 키운 후 상장과 지분매각을 통해 오너가에 막대한 부를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모회사가 대부분 자회사 지분 100%를 갖고 있어 일감몰아주기가 크게 문제시되지 않는다. 설사 일감몰아주기가 이뤄진다해도 오너가뿐만 아니라 일반 주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한국 기업보다 몇 배 매출이 많고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애플, 테슬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저명한 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 있는 것도 모회사가 대부분의 자회사 지분 100%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가 지난해 상장되어 있던 메리즈증권과 메리츠화재 지분을 사들여 100% 완전 자회사하며 상장폐지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는 2023년 1월 2일 종가 4만1550원에서 올해 1월 2일 종가 5만8800원으로 41.52% 상승했다. 코스피 지수가 2023년 1월 2일 2225.67에서 올해 1월 2일 2669.81로 19.96% 상승한데 비하면 2.1배가량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오너가의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기 위해 여러 규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대기업들은 허점을 찾아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곤 한다.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이 대기업들의 이중상장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대기업들이 이중상장 기업을 100% 완전 자회사 할 수 있도록 유도해 기업가치 훼손과 오너가의 일감몰아주기를 원천 봉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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