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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배구조의 갈길]⑦ 자기 잇속 챙기기에 분주한 사모펀드 규제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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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배구조의 갈길]⑦ 자기 잇속 챙기기에 분주한 사모펀드 규제 필요성

한국앤컴퍼니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 시도에서 경영권을 지켜냈지만 사모펀드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시 일정 기간 주식 보유기간 의무화 등 규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한국앤컴퍼니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앤컴퍼니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 시도에서 경영권을 지켜냈지만 사모펀드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시 일정 기간 주식 보유기간 의무화 등 규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한국앤컴퍼니
우리나라의 낙후된 지배구조는 주주행동주의를 자초하면서 종종 국내외 사모펀드의 먹이감 대상이 되고 있다.

주주행동주의는 사모펀드나 기관투자자와 같은 주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의 의사결정 등에 개입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적극적인 주주활동이다. 주주와 경영자 간에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를 완화하고 경영성과를 제고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이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주주행동주의를 내세운 사모펀드는 통상 주주제안과 함께 기업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를 야기한 자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면서 기업경영에 대한 감시활동을 하며 기업가치를 제고한다.

그러나 사모펀드가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이려기 보다는 단기 이익 차익을 노리거나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보유 지분을 처분하며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주주행동주의의 대다수는 소액 지분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단독으로 특정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인 후 지배주주를 압박하며 실속을 차리곤 한다.

주주행동주의는 타깃 회사의 경영진과 이사회로 하여금 회사 운영 방식을 바꾸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사모펀드가 잇속을 챙기고 지분을 팔고 떠나면 기업가치 상승 동력도 그만큼 힘을 잃게 된다.

한국앤컴퍼니는 지난달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 시도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했지만 한국앤컴퍼니와 MBK파트너스와의 공방에서 이미지 추락과 함께 사모펀드의 ‘아니면 말고’ 식 M&A의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의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지분만큼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아예 1주도 매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소액주주들은 공개매수 가능성이 낮아지자 높은 공개매수 가격에도 응하지 않아 낮은 참여율을 기록하며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M&A 시도가 무산됐다.

한국앤컴퍼니 조현범 회장은 지난달 2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하며 기자와 만나 “MBK처럼 큰 일을 하는 분들이 ‘아니면 말고’ 식의 딜에 참여해 시장 구성원들에게 혼란을 가져다주는 일은 지양하길 바란다”고 힐난한바 있다.

조 회장은 “사모펀드 업(業)은 기업인이나 시장 참여자들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라며 “이 사태를 보고 우리나라 회장님들이 어떻게 MBK를 바라볼지 의문이 든다”고 비난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지난달 26일 입장문을 통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전 주가 급등을 야기했던 만큼 한국앤컴퍼니 주식의 대량 선행 매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힌바 있다.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적대적 M&A를 추진하면서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면서 지배구조를 개선하려기 보다는 주식을 한주도 사지 않으면서도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려는 ‘머니 게임’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인 KCGI(강성부펀드)는 지난달 28일 보유하고 있는 DB하이텍 주식 250만주를 1650억원에 팔아 주당 6만6000원에 DB그룹 측에 넘겼다. KCGI가 매각한 DB하이텍 주가는 이날 종가보다 12.63% 높은 가격이다.

DB하이텍은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이 캐로피홀딩스(KCGI)가 신청한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 허가 신청을 취하했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인천지방법원의 취하 결정 사유는 캐로피홀딩스가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 허가 신청 취하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KCGI는 DB하이텍의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주주행동주의에 나선 후 지배주주에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고 떠나면서 법원에 요청한 DB하이텍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 허가 신청을 취하하는 등 잇속만 챙긴 주주행동주의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여줬다.

사모펀드들이 주주행동주의를 내세워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후 ‘나홀로 이득’이나 ‘아니면 말고’ 식으로 잇속 챙기기에 나서면서 사모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때에는 일정 기간 주식 보유를 의무화하는 등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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