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의 창립주이자 회장 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마화텅(马化腾)이 정기 주주총회 연사로서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회사의 핵심 목표로 위챗 기반 e커머스 활성화, 글로벌 게임 시장 공략 등을 제시했다.
남화조보(SCMP)와 펑파이(澎湃) 등 중국 현지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마화텅 회장은 지난 29일 광둥성 선전만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약 35분간 공식 연설했다. 지에미엔(界面) 신문에 따르면 이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마화텅 회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는 적극적 문제 해결 의지, 더 나은 사고 방식을 통해 장기적으로 밝은 미래를 그려야 할 해"라며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주요 제품을 소비자 관점에서 바라보고, 경험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는 회사의 핵심 사업인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임직원들에게는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챗은 2011년 1월 서비스를 개시한 메신저 앱으로 이른바 '중국의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국민 메신저다. 마 회장은 "고목에서 새싹이 피어나듯, 13년의 역사를 가진 위챗에서도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다"고 발언했다.
텐센트는 위챗에 숏폼 영상 서비스 '채널스(視頻號)'를 업데이트하는 등 동영상 플랫폼으로 확장을 시도했다. 마 회장은 이에 대해 "위챗 사업부에서 가장 밝은 면이 바로 영상 사업이었다"면서도 "단순히 다른 이들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우리만의 특성을 결합해 주변인들과 소통하는 영상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회사의 라이벌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위챗의 주요 미래 사업으로는 e커머스를 지목했다. 마화텅 회장은 "위챗의 이용자들은 강력한 소비력을 갖추고 있으나 아직 전자상거래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영상 등 콘텐츠나 광고 사업 등 우리의 강점이 얼마든지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 사업에 대해 마 회장은 "게임은 우리의 명실상부한 주력 사업이 국제화에 있어 가장 큰 희망이 되고 있는 사업"이라며 "자체적인 모바일 게임 개발과 해외 대형 IP 사업을 통해 우리만의 강점을 착실히 확보, 쌓아왔"고 자평했다.
그는 "텐센트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 규모 게임회사"라면서도 "다른 게임사들과 적대적으로 경쟁하기보다는 우리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게임사에 대한 적극적인 지분 투자, 게임 배급 계약 체결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되 보다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신작들을 선보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위챗이나 게임 외 사업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마 회장은 OTT 서비스 '텐센트 비디오' 등 영상 스트리밍 사업부에 관해서 "지난해 조직 개편과 효율화가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텐센트 클라우드나 핀테크 등 기업 간 비즈니스(B2B)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나무를 더 심기 위한 새로운 쟁기질이 아닌 내적 성장을 통해 지금의 나무들을 '상록수'로 만들어야 할 때", AI(인공지능) 등 신 사업 분야에 관해서는 "가장 선도적이진 않지만, 뒤처지진 않은 채 도전과 기회를 마주할 것"이라고 평했다.
중국 매체들은 공통적으로 마화텅 회장의 이번 연설이 "2023년을 앞두고 한 내부 발언에 비해 훨씬 온건하다"고 평했다.
지에미엔 등 매체들에 따르면 마화텅 회장은 2022년 12월 15일 사내 담화에서 "회사 내부에 비리가 만연해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임원급 경영진들의 프로젝트 중 상당수가 실효성이 없다", "내년은 비용 절감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해"라며 임직원들을 호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 회장이 올해의 핵심 사업으로 지목한 모바일 메신저나 게임은 현재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규제 대상으로 손꼽힌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일정 수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의 신상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인플루언서 실명제' 도입을 선언했다. 최근에는 게임 확률형 아이템을 전면 규제하는 '온라인게임 관리 조치' 도입을 선언했으나, 실행을 앞두고 돌연 관련 내용이 정부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이에 대해 마 회장은 "인터넷 플랫폼을 향한 규제는 우리에게 건강 검진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동요하지 말고 차분하게 우리의 할 일을 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