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는 “해상 운송료 증가로 향후 몇 개월 내에 수입품 가격이 오를 것이며 늘어난 화물 운송 시간으로 인해 중간재와 소비재의 공급이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향후 해상 운송료 추이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운송료 급등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미국의 수입품 가격이 올해 말까지 3.5% 포인트 오를 것이고, 이것이 미국의 핵심 제품 가격을 1.5% 포인트 끌어올려 미국의 근원 CPI가 0.4% 포인트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지난 2021년 팬데믹 당시에 글로벌 공급난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치솟았던 상황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으로 피치가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팬데믹 당시에 국제 운송료 급등으로 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1.5~2% 포인트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피치는 “이번에는 상품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광범위한 글로벌 공급망이 제약받는 상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위협으로 인해 해상 운송 비용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맞선 각국의 싸움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OECD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해상 운임이 100% 상승하면서 OECD 전체 38개 회원국의 수입 인플레이션이 약 5% 포인트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올 1~2월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이 북미향, 유럽향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항로에서 전년 동기 대비 2배 내외로 급등했다. 한국 관세청도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등으로 홍해 지역의 위험이 불거지면서 유럽으로 수출할 때 드는 해상 운송비가 한 달 만에 70% 넘게 급등했다고 최근 밝혔다. 관세청은 지난달 유럽연합(EU)행 해상 수출 컨테이너의 2TEU(40피트짜리 표준 컨테이너 1대)당 운송 비용은 평균 434만5000원으로 전월보다 72.0%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홍해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인해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면서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운임과 보험료 등이 오르고 있다. 선박들은 아프리카 대륙을 따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경유하는 항로를 이용하면서 운송 시간이 기존보다 30~50% 늘어난다. EU뿐만 아니라 미국 동부(6.0%), 미국 서부(3.5%), 일본(13.5%), 중국(2.4%) 등 대부분의 주요 항로 해상 수출 운송비도 한 달 전보다 올랐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