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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제재, 中 ‘AI산업 옥죄기’로 기술 격차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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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제재, 中 ‘AI산업 옥죄기’로 기술 격차 벌린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 AI칩의 중국 수출이 중단되면서 중국 AI 스타트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 AI칩의 중국 수출이 중단되면서 중국 AI 스타트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역량을 억제하기 위해 추진한 강도 높은 반도체 수출 통제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AI 스타트업들이 미국의 수출 규제로 연구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성능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의 일부 지방 정부들이 AI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최근 상하이를 포함한 지방 정부들은 생성형 AI에 필요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하려는 AI 스타트업들에 엔비디아 GPU 기반 AI 데이터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컴퓨팅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제공된 컴퓨팅 바우처의 가치는 약 14만~28만 달러(약 1억8600만~3억7300만원) 상당으로, 엔비디아 AI 칩 부족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AI 스타트업의 데이터센터 사용 비용을 보조하는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조치는 미국이 2022년 10월부터 엔비디아의 A100, H100 같은 고성능 AI 칩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추가 규제로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춘 A800, H800 등의 제품까지 수출을 막으면서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AI 시장에서 엔비디아 AI 칩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90%로 알려졌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강화된 지난해 10월 이후부터는 중국 내 엔비디아 AI 칩 재고가 거의 동났고, 일부 기업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암시장 등을 통해 엔비디아 AI 칩 확보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미국의 수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남아있는 엔비디아 AI 칩 재고를 최대한 비축하는 한편, 자사 클라우드 고객들에게 엔비디아 GPU 임대를 제한하고 내부 사용 및 핵심 클라이언트에만 우선 제공하는 등 ‘엔비디아 칩 아끼기’에 들어가면서 중국 AI 스타트업의 AI 칩 접근이 더욱 어려워졌다.

중국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국산 AI 칩을 활용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클라우드 빅테크 기업들을 대신해 국영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자국 내 AI 스타트업들이 국영 데이터센터를 통해 LLM을 훈련할 수 있게 함으로써 컴퓨팅 비용을 40~50%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포함됐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이러한 노력과 ‘바우처’ 같은 지원 제도가 ‘엔비디아 AI 칩 부족’이라는 핵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구그룹 86리서치의 분석가 찰리 차이는 FT를 통해 “바우처는 중국 AI 스타트업이 직면한 AI 데이터센터 이용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자원(엔비디아 AI 칩)’ 부족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국산 AI 반도체 개발과 보급도 난항을 겪고 있다. 엔비디아 AI 칩 공급이 끊기면서 중국의 AI 기업들은 화웨이의 ‘어센드 910B’를 비롯한 자국산 AI 칩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자국산 AI 칩의 성능이 엔비디아의 구형 제품 수준에 불과한데다, 이들 중국산 AI 칩을 수탁 생산하던 대만 TSMC마저 미국의 규제로 추가 생산 및 공급이 불가능해지면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자국 파운드리 SMIC의 공정 기술을 끌어올려 첨단 AI 칩도 자급자족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AI 기업들이 원하는 수준의 고성능 AI 칩을 대량으로 양산해 자급자족을 달성하기까지는 적어도 수년 이상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고성능 AI 칩의 부족으로 최신 생성형 AI의 필수요소인 LLM 개발과 학습에 발목을 잡히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와 중국의 AI 기술 격차도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한편, 전날 미국 상무부는 엔비디아에 이어 AMD가 중국향으로 개발한 저성능 AI 칩 ‘MI309’의 수출 승인을 보류하고, 산업안보국(BIS)으로부터 승인에 필요한 ‘라이선스’를 받으라고 지시하는 등 대중국 첨단 AI 반도체 수출 통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