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은 금융당국이 지난 7월에 제기한 규제 강화안을 폐기하고, 새로운 안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현실성 있는 옵션’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연준의 태도 변화가 월가 대형 은행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연준 등은 지난해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은행권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형 은행의 자본금 요건을 상향하는 규제 변경을 예고하고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그러나 월가의 대형 은행들이 자본 규제 강화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준 등 금융당국이 최종안을 확정하면 2025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2028년 7월부터 전면 시행된다.
이 규제안에 따르면 보통주 등 핵심 자기자본 필요액이 총 1700억 달러(16%)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또 규제 대상 자산 규모가 기존 7000억 달러 이상에서 1000억 달러 이상으로 대폭 낮아져 더 많은 은행이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해 3월 말 현재 기준을 충족하는 미 대형 은행은 총 30곳이며 이들 은행은 평균 19%가량 자기자본을 늘려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 금융당국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요건이 16%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CET1은 은행이 손실에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본으로 바젤Ⅲ 규제에 따라 은행들이 일정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바젤Ⅲ 규제는 리스크 평가 시 내부 모형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트레이딩 활동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와 운영 리스크를 보다 잘 측정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은행자본을 건전화해 금융위기 시 손실 흡수 능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월가 은행들은 위험가중자산 100달러당 9~13달러를 보통주자본비율(CET1)로 쌓아두고 있다.
JP모건체이스 등 월가 대형 은행들에 금융당국이 애초 제시한 방식을 적용하면 위험가중자산 100달러당 평균 2달러를 추가로 쌓아야 한다. JP모건,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 미국의 8대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은 자본금 인상과 새로운 규제가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자산 규모 500억 달러 이상 은행에 강화된 감독 기준을 적용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 당시에 규제 강화 대상 은행을 자산 규모 2500억 달러로 높였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산 규모 1000억 달러 이상 중형 은행에 대한 규제와 감독 강화 조처를 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