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는 금(金)값이 세계정세와 경제 전망, 미국 대선 등의 변수로 더 오를 전망이다.
포브스는 미국 경기가 호황으로 접어들고 인플레이션율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주식, 비트코인 등 고위험 투자처와 함께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계속 상승한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 가격은 지난 3월 8일 온스당 219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연초 대비 5%, 최근 1년 동안 19%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금값 상승의 원인을 3가지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경제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30일 분기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미국의 올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 하지만, 독일, 일본, 영국 등 다른 선진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1%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1년간 해외 주요 거래소 주가지수 S&P500을 크게 밑돌고 있다.
미국의 고성장 가능성에 베팅할 방법을 찾거나 주가 급등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투자자가 안전 헤지 수단인 금의 매입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함께 글로벌경제를 좌우하는 중국 경제의 부진도 금값 상승의 핵심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비철 금속 시장 매체인 메탈스데일리(Metals Daily)의 로스 노먼 CEO는 "최근 금값 상승의 배후에 서구 투자자는 없다"라며 “중국의 상업용 부동산 위기 속에서 헤지하려는 중국 투자자들의 엄청난 수요가 금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스위스 금융서비스 회사 UBS에 따르면 1월 금 출하량의 절반가량이 홍콩과 중국 본토로 향했다.
그리고 이스라엘-하마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이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금값 상승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현지 투자자들 다수가 새롭게 금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투자자들의 귀금속에 대한 신뢰는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미국 국민들은 주식보다 금에 대한 투자에 더 많은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등의 투자자들에 비해 그동안 금 매입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미국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새로이 금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미 대선 공화당 주자로 등판할 것이 확실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때문이다. 트럼프 특유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위기를 자초하는 발언 등으로 인해 미국인들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견해다.
이에 더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하를 단행해 차입 비용이 낮아지면 투자에 따른 이자를 거의 제공하지 않는 금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게 된다. 미 연방기금 금리 선물 트레이더들은 6월 연준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67%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문제의 지속, 금리 인하로 인한 미 달러 약세화가 어우러진다면 금값 랠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JP모건은 올해 금값 전망을 내놓으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 내년 초에는 온스당 2300달러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8일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솔리타 마르셀리(Solita Marselli)는 고객 대상 메모를 통해 “세계 중앙은행이 5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미중 긴장 고조는 또 다른 변수를 제공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미 중 간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도 금에 대한 강세를 유지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