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간) 로이터는 미국철강노조(USW)를 포함한 5대 노조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해상물류와 조선 분야에서 중국의 불공정 정책과 관행 등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노조들은 중국 정부가 조선·해양·물류 산업에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고, 세계 각지에 자국 자본으로 항만과 물류 시설망을 구축한 뒤 미국 선박과 해운사를 차별하는 등 불공정한 관행을 보인다며 이번 청원이 미국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저가 공세로 수주량을 급격히 불리면서 2009년을 전후로 단숨에 조선업계 1위로 뛰어올랐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선박 누계 수주량 4168만 CGT(표준환산 톤) 중에서 중국은 2493만 CGT로 60%를 차지하며 2위인 한국(1008만 CGT, 24%)을 배 이상 차이를 벌리며 1위를 유지했다.
또한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동남아 및 아프리카 개도국들을 상대로 항만이나 철도 등 물류 인프라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 및 지원하고, 그 대가로 해당 인프라의 우선 사용권을 확보하는 식으로 해외 해상물류 거점을 늘리고 있다.
반면, 미국의 조선업 현황은 초라한 수준이다. 5대 노조는 청원서에서 “미국의 상업용 조선 산업은 1975년에만 해도 세계 시장을 선도했지만 지금은 1%에도 못 미친다”며 조선업 회복에 가장 큰 장애물이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 내 조선소들이 채산성을 이유로 상업용 선박을 수주하지 않고 미 해군이 발주하는 군함·잠수함 등 군용 선박 생산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도 미국 조선업 몰락의 원인 중 하나다.
5대 노조는 중국 정부가 지난 2015년 첨단 제조업 육성 계획인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조선업을 10대 우선 분야로 선정하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것이 시장에 불공정하게 개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2007년부터 글로벌 공급망 물류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물류정보 플랫폼 ‘LOGINK’가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청원을 통해 미국 정부가 중국산 선박에 항만세를 부과하고, 이를 통해 미국 조선업 활성화를 위한 기금을 조성할 것을 촉구했다.
USTR 사무국은 성명을 내고 “중국이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 배터리, 중요 광물 등 여러 부문에서 종속성과 취약성을 만들어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 피해를 입히고 공급망에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번 청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USTR은 청원을 접수하면 그 내용을 검토해 45일 내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한편,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해상물류 분야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21일 중국산 항만 크레인이 원격 조작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사이버 공격을 시도하는 등 ‘스파이 도구’가 될 수 있다며 해안경비대에 중국산 항만 크레인에 대해 조사하고 퇴출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현재 미국에서 사용하는 항만 크레인 중 약 80%인 200여 대의 크레인이 다 중국 회사 제품이다. 중국은 전 세계 항만 시설용 크레인 시장에서도 약 7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