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기준 금리를 내리거나 양적 긴축 속도를 늦추면 고금리 장기화와 유동성 감소에 따른 급속한 경기 위축을 막는 효과가 난다. 연준은 금리와 통화량 조정을 별도의 정책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불리는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연준은 7조7000억 달러의 국채,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보유 자산을 매월 약 800억 달러씩 계속 축소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2022년 3월부터 기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그해 6월에 양적 긴축을 시작했다. 연준은 공개시장 계정(SOMA)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대차대조표 규모를 줄이고 있다. 2022년 6월 이후 첫 3개월은 월간 475억 달러(국채 300억 달러, 주택담보증권(MBS) 175억 달러)가 축소됐고, 그해 9월부터는 그 규모가 월간 950억 달러(국채 600억 달러, MBS 350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번 FOMC 회의에서 양적 긴축 속도를 늦추는 문제를 논의한 뒤에도 구체적인 발표가 없을 가능성도 있다. 바클레이즈의 마크 지아노니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현시점에서 양적 긴축 축소 계획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8월부터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늦추고, 12월에 종료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1월 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 참석자가 3월 회의에서 어떻게 양적 긴축을 결론낼지 심층 토론을 시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부채 항목에는 은행 지급준비금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등이 있다. 일부 FOMC 위원들은 역레포가 줄어드는 등 단기 자금시장에서 잉여 현금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양적 긴축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또 다른 위원들은 은행 지급준비금이 양적 긴축 시작 당시보다 많아 유동성을 계속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 1일 대차대조표 축소가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며 한동안 이를 지속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월러 이사는 한 통화 정책 포럼에서 연준의 포트폴리오에서 주택저당증권(MBS) 보유액이 0이 되고, 단기재정증권(Treasury bills)으로 더 전환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연준이 5000억 달러 이상을 거래하는 오버나이트 역레포 기구를 보유하고 있어 이 자금을 과잉 유동성이라고 보기에 연준이 한동안 보유 자산을 계속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금이 대차대조표 축소 계획을 세워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로건 총재는 최근 오버나이트 역레포(ON RRP) 잔고가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 비즈니스는 “연준이 언제 양적 긴축 속도를 줄이기 시작할지 아직 불확실하다”면서 “로건 총재가 말한 역레포 잔고가 낮은 수준이 어느 선을 말하는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월가가 속도 조절 시점을 대체로 올해 5월에서 9월 사이로 본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한번 양적 긴축 속도를 늦추기 시작하면 이런 감속을 2025년에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