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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엔비디아 HBM 파트너 되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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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엔비디아 HBM 파트너 되나 '기대'

삼성전자가 자사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자사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말 한마디가 삼성전자 고대역폭 메모리(HBM)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황 CEO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의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의 HBM 제품을 (우리의 AI 칩에서) 테스트 중이며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 입장에서 엔비디아의 자사 HBM 채택에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의 사활이 걸려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D램 및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YMTC)와 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정부의 막대한 투자와 지원을 등에 업고 국내 기업들의 턱 밑까지 쫓아 왔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 점유율이 전체의 약 90%에 달하는 HBM은 제조 공정부터 복잡하고 첨단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당장 중국이 따라잡기 어려운 분야다.

수익성도 매우 높다. 현재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의 비중은 아직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AI 열풍과 그로 인한 AI 칩 수요의 증가로 수요와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 AI 칩에 탑재되는 HBM 가격은 기존 D램 대비 5배~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공급한 SK하이닉스는 1년간 주가가 88%나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42% 오르는 데 그쳤다. 향후 메모리 시장에서 선도 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고부가가치 상품인 HBM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HBM 공급사가 늘어나는 것은 쌍수들어 환영할 일이다. 공급사가 늘어날수록 경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삼성의 HBM 공급을 막을 이유가 없다. 황 CEO가 “기대가 크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삼성의 HBM 수율(양품 제조 비율)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비전도성 필름(NCF) 공정으로 최신 HBM를 제조하려다가 수율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삼성의 최신 HBM3 칩 생산 수율은 약 10~20%에 불과하다.

수율이 낮은 것은 그만큼 불량률이 높다는 의미다. 기존 메모리와 달리 HBM은 CPU 또는 GPU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행여 불량이라도 발생하면 개당 수천~수만 달러에 달하는 칩 하나를 통째로 못 쓰게 된다. 엔비디아도 삼성의 HBM 테스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도 수율 개선을 위해 최근 고집을 꺾고 SK하이닉스가 먼저 도입한 몰디드 언더필(Molded Underfill·MUF) 공정 기술과 관련 장비 및 소재를 도입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에 또 다른 경쟁사인 마이크론 역시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시도할 예정인 것도 삼성에겐 발등의 불이다.

결국 엔비디아의 삼성 HBM 채택 여부는 삼성이 얼마나 빨리 자사 HBM3E 수율을 최소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달렸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