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대외 정책으로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19일 JB프레스, 렌허자오바오 등 외신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경제가 중국의 영향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 6개국의 2023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도 실적보다 모두 밑돌았다. 코로나 여파로 인한 부진에 더해 중국의 경기 침체가 결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은 2024년 6~6.5% 성장률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세계은행은 5.5%로 예측했다. 경기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판매량에서 베트남은 1~2월 전년동기대비 23% 감소한 3만876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5% 떨어진 후 계속되는 감소세다.
‘동남아시아 경제의 우등생’으로 불렸던 베트남의 경기 부진은 중국과 궤를 같이하는 부동산 버블 붕괴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2년 베트남의 1인당 GDP는 한국의 8분의 1에 불과하지만 하노이와 호치민시의 부동산 가격은 일본의 2분의 1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던 것이 차이나머니의 이탈로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와시마 히로유키 베트남 빈그룹 및 마샬 리서치 매니지먼트 수석 경제 자문위원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경유해 투자된 베트남의 중국 부동산 건설 프로젝트가 연일 중단되고 있으며, 자금난에 빠진 중국 기업들이 그동안 사들인 부동산을 팔아 자금 회수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베트남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태국 GDP 성장률은 전년도 실적 2.5%에서 둔화된 1.9%로 집계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측치 2.5%보다 밑돌았다. 인도네시아도 5.05%로 전년도 5.31%에 미치지 못했다. 동남아의 대표적인 강소국인 싱가포르 역시 1.1%로 전년도 3.8%보다 둔화됐다. 6개국 중 가장 하락 폭이 큰 말레이시아(전년 대비 5% 하락), 목표 달성에 실패한 필리핀(목표 6.7, 달성 5.6%) 모두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의 올해 2월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8.8% 감소했고, 태국의 1월 자동차 판매량도 16.4% 감소했다. 모두 차이나머니의 역회전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가와시마 위원은 “중국의 막대한 부동산 투자가 동남아시아 경제를 떠받쳐왔지만, 이제는 그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존재로 경제가 흔들리는 것은 동남아뿐만이 아니다. ‘세계 3대 금융허브’였던 홍콩도 마찬가지다. 20일 포브스는 중국의 2020년 홍콩국가안전법 제정 이후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약 40%가 철수했고, 현재 홍콩에 남아 있는 외국 기업의 절반이 철수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캐나다의 권위 있는 싱크탱크인 맥도날드 로리에 연구소의 존 하틀리는 “홍콩 사람들의 현재 1인당 소득은 중국 정부가 2020년에 홍콩국가안전법을 도입했을 때보다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지적했다. 또 홍콩 부동산 가치는 2021년 이후 약 25% 떨어졌고, 지난해 부동산 거래 총액은 약 500억 달러에 그쳐 2019년 대비 30% 감소했다고 밝혔다. 초고가 주택은 지난 1년 반 동안 가치가 25% 줄었고, 미분양 주택 수도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라고도 전했다.
자연스럽게 임대료도 하락하고 있다. 최근 임대 경영의 수익률은 3%에 불과하다.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홍콩 예산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2023/2024 회계연도에는 130억 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 모든 마이너스 수치가 중국의 강압적인 정치적 조치에 따른 여파라는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더욱 강화된 홍콩 기본법 제23조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은 비공개 재판을 허용하는 한편, 경찰에게 기소 없이 용의자를 최대 16일간 구속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홍콩 행정장관에겐 외국 기업이나 기관의 홍콩 내 활동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게 된다.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외국의 정치 조직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기소된 것은 홍콩 주민들뿐이었다. 사실상 홍콩 시장을 매력적으로 만들었던 법적 조치들이 모두 해제되고, 강압적이고 부조리한 작은 중국이 하나 더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중국의 고압적인 행태에 반발하면서도 의존해 왔던 중국 자본과 법적인 조치가 해제되자 그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아시아 인근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다른 국가에 미칠 여파를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정책을 펼친 것에 대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학자 밀튼 에즈라티는 포브스를 통해 “중국 전체의 경제 성장 속도는 홍콩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라며 “중국 당국은 과거 중국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었던 홍콩 등의 시장이 망가지는 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아니면 무관심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