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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HD현대 참여 美 테라파워 첫 원전 6월 착공 '차질'...美 당국 계획 보강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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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HD현대 참여 美 테라파워 첫 원전 6월 착공 '차질'...美 당국 계획 보강 요구

미 NRC, 사전 평가 보고서에서 밝혀...로이터는 일정 지연 가능성 보도

테라파워의 크리스 르베크 최고경영자(CEO)가 2023년 7월 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 인근에 있는 테라파워 에버렛 연구소에서 ‘글로벌이코노믹’을 비롯한 한국 언론사 특파원단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테라파워이미지 확대보기
테라파워의 크리스 르베크 최고경영자(CEO)가 2023년 7월 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 인근에 있는 테라파워 에버렛 연구소에서 ‘글로벌이코노믹’을 비롯한 한국 언론사 특파원단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테라파워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가 6월에 미국 내 첫 SMR 건설을 시작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로이터 통신은 23일(현지시각) 미국 규제 당국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테라파워에 40쪽에 달하는 안전과 환경에 관한 ‘사전 검토 준비 평가’ 보고서를 보내 ‘추가 작업’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테라파워는 3월 말에 NRC에 공식 나트륨 원자로 건설 허가 신청서를 접수하기에 앞서 NRC에 ‘사전 평가’를 요청했고, NRC가 원전 건설 계획을 추가로 보강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로이터는 NRC의 사전 평가로 인해 테라파워가 와이오밍주에 최초로 SMR 원전을 건설하려던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NRC는 테라파워가 기술과 안전 허가에 관해 제시한 몇 가지 참고 사항에 관한 검토를 끝내지 못했거나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이 회사 측에 통보했다. 민간 단체인 '참여 과학자 연합(Union of Cencerned Scientists)'의 에드윈 라이먼 물리학자는 로이터에 “이는 곧 NRC가 아직 테라파워의 원전 건설 계획을 승인할 적기가 아니라는 평가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파워 대변인은 사전 준비 평가가 원전 건설 허가 신청서를 접수하기에 앞서 이뤄진 것으로 기존 건설 계획 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테라파워 대변인은 “테라파워가 NRC에 처음으로 첨단 상업용 SMR 건설 허가 신청서를 내는 기업이 될 것이고, 예정대로 공식 허가 신청서를 이달 안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라파워에는 국내 기업으로는 SK와 SK이노베이션이 2022년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HD현대가 3000만 달러를 투자해 SMR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지난해 4월에는 SK(주), SK 이노베이션, 한국수력원자력, 테라파워가 4자간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상호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한국 원전 업계가 앞으로 미국 SMR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19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이번 달 미 규제당국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나트륨 원자로 건설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테라파워는 미 와이오밍주 케머러의 석탄 화력발전소 인근에 건설하는 SMR 원전이 미 규제 당국의 승인이 6월까지 나지 않더라도 초기 공정상당 부분 핵 활동과 무관하기에 예정대로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테라파워2030년 완공과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 25만 가구가 사용할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테라파워가 개발한 나트륨 원자로는 냉각재로 물이 아닌 액체 나트륨을 사용한다. 액체 나트륨은 끓는 점이 880℃로 물(100℃)보다 높아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서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다.

미국 SMR 업체들은 국가 주도로 개발 중인 러시아,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각각 1기씩 SMR을 가동 중이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1월에 다른 미국업체 뉴스케일이 비용 상승을 이유로 미국 내 첫 SMR 건설 계획을 취소했었다.

테라파워는 미국 정부로부터 해당 원자로 완공을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최대 20억 달러(약 2조70000억 원)를 지원받는다. 테라파워는 지난해 3월 워런 버핏이 소유한 전력회사 퍼시피콥과 함께 퍼시피콥 소유의 유타주 석탄 화력발전소 부지에 2033년까지 2기의 SMR을 짓겠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미국·영국·프랑스·중국·일본 등 전 세계에서 70여 종의 SMR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은 1997년 첫 개발을 시작한 후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 인가를 받았다. SMR는 원자로 부품을 공장에서 모듈로 생산해 현장에서 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전기 출력 300㎿ 이하의 원자로를 말한다. 대형 원전의 건설비는 5조~10조 원이나 SMR1조~3조 원이 든다.

문제는 신속한 허가 절차이다. 미국에서 에너지 인프라 구축 사업의 허가가 지연되기 일쑤이다. 새로운 원전이 정부의 지원 혜택을 받으려면 정부가 신속하게 허가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미국이 차세대 소형 원전 사업을 추진하는데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문제가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SMR 가동에 필요한 '고품질 저농축 우라늄(HALEU)'을 생산하는 지구상 유일한 국가는 러시아이다.

테라파워는 2022년 말에 와이오밍주에 첫 SMR 발전소 설립 계획을 밝히면서 가동 연도를 애초 예정보다 2년 늦춘 2030년으로 잡은 것도 HALEU 조달 문제 때문이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테라파워는 센트러스(Centrus) 에너지와 함께 자체적으로 HALEU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