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현지시각) 발생한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로 133명이 사망했다. 이 끔찍한 테러로 인해 뜻밖에도 ‘강한 남자’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이번 테러는 역으로 푸틴 정권이 러시아인들에게 강조해온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웃인 우크라이나와 값비싼 소모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슬람 테러라는 이중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테러로 인해 명분 싸움에서 밀리게 됐다. 그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세계와의 싸움이라고 선전해 왔다. 이슬람 세력은 그 싸움에서 같은 동맹에 속해야 한다. 그런데 동맹으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 러시아는 체첸의 테러 공격에 시달렸다. 하지만 1999년 12월 푸틴 정권이 들어선 후 이슬람의 테러는 자취를 감추었다. 푸틴 대통령은 법과 질서의 회복을 강조하며 통치를 강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테러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다. 그의 입장에선 이슬람 세력보다는 그 쪽이 한결 쉬운 상대다.
우크라이나 정부에선 이를 핑계로 더 많은 인력과 물자를 전장에 투입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전 푸틴 연설 작가이자 반체제 인사인 압바스 갈리야모프는 "만약 이번 테러가 실제로 이슬람 국가가 저지른 일이라면, 푸틴의 외교 정책이 쓸모없음을 증명하는 셈이다. 그들이 왜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돌리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지 분명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