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는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꼽힌다. 그렇지만, 이 시장이 불안해지면 그 충격이 급속도로 널리 확산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세수를 통해 지출금을 충당하지 못하면 국채를 발행해 그 차액을 메운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에 국채 발행을 통해 2조4000억 달러의 적자를 메웠다.
미국 국가 부채가 지난달 3일 사상 최대인 34조 달러(약 4경4529조8000억원)를 처음으로 돌파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인다. 초당적으로 운영되는 미 의회예산국(CBO)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0%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 증가로 지난해 가을 국채 시장이 크게 동요했다. 미 재무부는 이때 만기가 1년 또는 그 미만인 단기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해 시장을 안정시켰다고 WSJ가 전했다. 이에 따라 미상환 단기 국채 비중이 권고 기준치인 20%를 뛰어넘어 22.4%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국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재 미 국채의 주요 고객은 헤지펀드, 머니마켓 펀드, 외국 투자자 등이다. 특히 머니마켓펀드가 단기 국채를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일본 투자자들은 달러화 강세와 자국 마이너스 금리 상황에서 미 국채에 자금을 대거 쏟아부었다. 일본의 미 국채 보유 규모가 1조2000억 달러에 달해 2019년부터 중국을 넘어 세계 1위에 올랐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하고 금리를 인상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0.1%였던 정책 금리를 0~0.1%로 끌어올렸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것은 2007년 2월 이후 약 17년 만이다. 그러나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시장에서 빠져나갈 조짐은 없다고 WSJ가 전했다.
올해 대선의 해를 맞아 미국 정부가 국채 발행을 남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올해 미 재무부가 4조 달러(약 5236조원) 규모의 20∼3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18년 2조3000억 달러(약 3011조원)와 지난해의 3조 달러(약 3928조원)에 비해 급증하는 것이다.
올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국채 발행이 작년보다 12%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 국가들이 금리를 올리면서 이전보다 높은 금리로 차환 발행을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8개 회원국의 올해 국채 발행 예정 물량을 집계한 결과 15조8000억 달러(약 2경923조원)에 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각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경기를 부양했던 2020년보다도 큰 규모다. 국채 발행 증가 핵심 이유는 주로 이전에 발행한 국채의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