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싱크탱크 매크로폴로의 최근 연구 자료를 인용해 2022년 학부 기준으로 국가별 세계 최고 수준(상위 20%) AI 연구원 배출 비중에서 중국이 거의 절반에 가까운 47%를 차지하며 미국(18%)을 크게 따돌렸다고 보도했다.
매크로폴로는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만큼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AI 전문가를 배출하고 있으며, 향후 AI 기술의 우위를 둘러싼 미·중 경쟁에서 이들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부 단계에서 국가 지원을 받아 AI 기초 교육을 충분히 받은 인재들이 대규모로 양성돼 공급되는 만큼, 자율적인 교육 환경에서 자생적으로 AI 전문 인력이 양성되는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에 비해 양적으로 앞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AI 인재의 ‘양’에서는 앞서고 있지만 ‘질’적인 부문에서는 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특별히 우수하거나 차별화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데이미언 마 매크로폴로 전무이사는 “중국의 많은 AI 교육 프로그램이 제조업의 AI 응용에 관한 것으로, 현재 미국 AI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생성형 AI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며 첨단 AI 기술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군사적 활용을 우려해 추진한 강력한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전인 지난 2022년 10월에 자국 기술이 포함된 첨단 컴퓨팅 칩과 슈퍼컴퓨터 부품은 물론, 반도체 제조 장비 및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 등을 수출 통제 대상에 추가했다. 이듬해인 2023년 10월에는 규제를 피해 중국 시장 맞춤형으로 설계된 저사양 AI 칩 수출까지 금지하는 강화된 규제 조치도 선보였다.
그 결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수많은 AI 스타트업까지 생성형 AI는 물론, 최신 AI 기술의 연구개발에 필요한 AI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중국의 AI 기술과 산업이 미국의 AI 반도체와 관련 기술에 90% 이상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어떻게든 자국산 AI 반도체로 이 격차를 극복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와 관련 소프트웨어 등도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어 자체 기술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중국에서 양성된 수많은 AI 인력이 미국 및 서방 국가에서 첨단 AI 기술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크로폴로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일하는 AI 전문가 중 중국 출신은 3년 전 27%에서 최근 약 38%로 큰 폭 증가했다. 반면, 미국 출신 비중은 3년 사이 31%에서 37%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에서 성장한 중국 출신 AI 전문가들이 중국을 위해 일하거나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미국의 ‘기술’ 우위가 무너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중국 국적의 전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AI 관련 영업 비밀을 훔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하지만 당장 중국 출신 AI 인력이 없으면 자국의 AI 기술과 관련 산업도 성장할 수 없는 것은 미국 정부와 안보 당국의 최대 딜레마다.
애리조나주립대 AI 교수이자 연구원 수바라오 캄밤파티는 “중국 학자들이 AI 분야를 거의 선도하고 있다”며 “만약 정책 결정자들이 중국인의 미국 내 연구를 금지하려고 한다면 이는 자기 자신의 발등을 찍는 것”이라고 평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