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되찾은 형제들…"어머니·동생, 실망했겠지만 함께 가길 원해"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경영권을 되찾았다. 이로 인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이 무산됐다.

28일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주주총회가 진행됐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이날 두 형제는 주총에 참석했지만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대신 참석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전했다. 앞서 신 회장은 두 형제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주총의 주요 이슈는 이사 선임의 안건이었다. 기존의 한미사이언스는 모녀 측의 인사 4명으로 구성됐는데 해당 이사회가 OCI홀딩스와 한미그룹의 통합을 주도했다. 만약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가 바뀐다면 양사의 통합을 반대하는 안건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다.

두 형제는 통합의 제동을 걸기 위해 형제 둘을 포함해 5명의 이사를 선임하는 주주제안을 내놓았다. 모녀 측은 임주현 부회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을 포함해 6명을 선임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이사는 득표수에 따라 최대 6명을 선임하기로 모녀와 형제는 합의했다.

이날 오전 9시에 주총이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수원지방법원 검사가 의결권을 확인하느라 시간이 지체돼 12시가 넘어서 시작됐다. 주총 진행시간이 지체되자 이 회장은 먼저 퇴장했다.

재무제표 승인의 건은 바로 승인됐지만 이사 선임 안건의 득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장에 주주의 표까지 합산하고 검사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지체됐고 기기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표결에 문제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며 반발했다.

이사 선임 안건 발의 2시간 후 한미사이언스는 결과를 발표했다. 지분상 보면 모녀 측이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소액주주를 설득한 두 형제가 최종적으로 승리했다.

의결권 수를 살펴보면 살펴보면 임종윤 전 사장이 3114만7000주를 확보하면서 출석의결권 52.2%, 의결권발의 총수의 49%를 획득했고 임종훈 전 사장은 3087만2384주로 각각 51.8%, 48.2%를 얻으면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형제들이 선임한 이사들도 비슷하게 의결권을 확보하면서 모두 이사로 선임됐다.

반면 임주현 부회장과 이 회장은 출석의결권이 50%를 넘지 못해 보통의결권을 충족하지 못했다. 다른 이사들도 마찬가지로 보통의결권을 충족하지 못해 완패한 것이다.

OCI그룹은 두 형제와 선임한 3명이 이사로 선임된 후 한미그룹과의 통합을 즉각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모녀 측이 소송을 통해 이사 선임 안건 대한 무효화 소송은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송여부에 대해 한미그룹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주총이 끝난 후 임종윤 전 사장은 "오늘은 모든 주주들에게 영광스러운 일로 법원도 국민연금도 다 이긴 것"이라고 소회를 풀었다.

이어 "이번 사태는 굳이 일어나지 않아도될 일을 처리한 것"이라며 "한미사이언스를 다시 확립해서 긴급하게 복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이번 계기로 많이 실망했을 걸로 생각하는데 같이가길 원한다"며 "주주들이 원하는 회사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총에서 승리하고 OCI그룹이 자진해서 물러서면서 소송리스크는 해소됐지만 두 형제가 풀어야할 숙제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먼저 소액주주들에게 제시한 5년 내 순이익 1조원 달성과 시총 50조원이라는 계획을 위해서는 바쁘게 움직여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분과 관련되서는 차후 설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