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 시행 전후로 '게임 내 확률 정정'을 공지하는 게임사들이 늘고 있다.
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업체들은 공지 미비, 기술적 오류를 원인으로 제시하며 보상안을 내놓고 있으나 게이머들은 '의도적인 조작'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제소 등 집단 행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산 MMORPG '뮤 아크엔젤' 이용자들은 최근 아이템 확률 관련 문제를 조사해줄 것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공정위 서울사무소 시장감시국 산하 전자거래감시국으로 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뮤 아크엔젤 공식 포럼에는 지난달 21일 "일부 콘텐츠 확률 오류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공지문이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축제 룰렛', '지룡의 보물', '세트 보물 뽑기' 등 확률형 아이템 상품 중 일부 확률이 실제 확률과 다르게 오표기됐다. 특히 '세트 보물 뽑기'에선 게이머들이 원하는 보상으로 꼽히는 '레전드 방어구 세트석 패키지'가 0.25% 확률로 등장하는 것으로 표기됐으나, 실제로는 일정 횟수 이상 뽑은 경우에만 출현하는 등 변동 확률을 적용됐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라그나로크 온라인'에 관해서도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0일 공지에는 '의상 인챈트 스톤 상자' 등 일부 확률형 아이템 상품에서 특정 상품들의 등장 확률이 0.8%로 표시돼있었으나, 이를 실제 확률인 0.1%로 수정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아이템 확률 관련 논란은 타사 MMORPG에도 적용된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9일 '나이트 크로우' 공식 포럼에도 상품 '조화의 찬란한 원소 추출'에 관해 출현 확률을 실제 확률에 맞춰 정정한다는 내용이 공지됐다. 기존에는 영웅 등급, 전설 등급 원소 출현 확률을 각각 0.2%, 0.00396%로 표기했으나, 실제 확률에 맞춰 0.064%, 0.002%로 수정했다.
확률 공시 변경에 대해 게임사들은 "기존의 오류를 수정하는 것"이란 입장이나, 게이머들 사이에선 "확률형 아이템법이 실행되니 그제서야 바꾸는 모양새", "확률 공시만 믿고 속고 살았다"는 등 의도적으로 실제 확률 대비 낮은 확률로 공시한 것 아닌가 하는 비판이 나온다. 나이트 크로우 등 게이머들 일각에선 "우리도 모여서 공정위 제소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확률형 아이템법이란 지난해 3월 22일 반포, 올 3월 22일 본격 시행된 게임법(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미한다. 해당 법안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의 표시 방법과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이를 위반한 사업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을 구형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공정위에 주목하는 이유로는 올 1월 '메이플스토리' 관련 과징금 부과 명령이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21년 2월 공지와 함께 논란이 됐던 해당 사건에 대해 공정위는 추가 조사를 진행, IT업계 최대 규모 과징금인 약 116억원을 부과했다.
게임사들은 확률 내용 수정과 더불어 사과문, 재화 보상 등은 물론 환불 조치까지 불사하며 '소비자 달래기'에 나섰다. 앞서 언급한 웹젠의 경우 2020년 6월부터 문제가 되는 상품을 구매한 모든 이용자에 대해 이달 안에 유료 재화인 '다이아'를 환불하는 전면 환불 정책을 예고했다.
뮤 아크엔젤 개발사 웹젠 측은 "확률형 아이템 표기 시행을 앞두고 전수 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오류를 시인, 수정과 더불어 사과문을 올린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양해의 말씀 드리며 최선을 다해 환불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게임이용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변호사는 공정위 제소에 관해 "표기된 확률과 실제 적용 확률이 상이했다는 점이 공개된 이상 공정위의 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각 업체가 의도성을 갖고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 변호사는 "공정위 제재가 이뤄진다면 한국소비자원의 집단 분쟁 조정 절차 등이 이어질 수 있고, 이와 별개로 소비자들의 단체 민사 소송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환불 등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한 기업은 단체 소송의 대상이 되진 않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