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이후 가격 인상을 미뤄왔던 식품·외식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 밥상 물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환율 등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커피·코코아·설탕·올리브유 등 주요 식자재 가격이 급등해 버티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통계청 기준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4%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1%)을 웃돌았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보다 높은 현상이 2021년 6월부터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앞으로도 가격 상승세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이유는 주요 식품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 더해 환율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총선 이후 정부가 그동안 억눌러왔던 유가·전기료 등 공공요금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에 대비하는 기업도 증가했다.
최근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급감해 주요 수입 식료품 물가가 급등하는 '기후플레이션'(클라이밋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현실화됐다. 커피·코코아·설탕·올리브유 등 주요 수입 식자재 가격이 역대 최고치 수준으로 솟아오르면서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들어가는 로부스타 커피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60% 넘게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카카오 열매 가루로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선물가격도 1년 만에 3배로 급등해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
한국에서도 롯데웰푸드 등이 원자재 가격 급등을 이유로 초콜릿 상품 가격을 15~30% 인상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브유는 세계 최대 생산국 스페인에서 가뭄으로 생산량이 2년 연속 절반 가까이 감소해 가격이 2배 이상 뛰었다. 설탕 역시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설탕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급등했다가 지금은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오렌지주스 원액도 2022년 수준에서 두 배 정도 비싸졌다.
식품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서 총선 전에 정부 눈치를 보느라 가격 인상을 미뤄온 유통업계에서는 더 이상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중론이 나오고 있다. 총선도 끝난데다 환율도 상승(원화가치 하락)해 더는 버틸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은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가로, 환율이 오르면 업체들의 수입 부담이 커지게 된다.
중동 불안으로 인한 유가 상승에 작년 3분기부터 네 분기 연속 동결 중인 전기요금도 하반기부터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정부는 4월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 필요성을 내부적으로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