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흔들리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 올 1분기 전기차 인도량이 충격적인 수준으로 감소한 가운데 주가 역시 15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하면서 올 들어 43%나 빠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커다란 악재가 겹치면서 테슬라는 전체 인력의 10%를 감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그러나 이는 시장과 관련한 배경 못지않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초한 측면도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좌충우돌 발언으로 늘 논란의 중심에 서왔던 머스크가 정치적으로 우경화한 것이 테슬라 전기차를 가장 많이 소비해온 민주당 지지 성향 지지자들이 테슬라와 거리를 두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민주당 지지 소비자들과 테슬라의 함수 관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직 비전이 2022년형과 2023년형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한 미국 소비자들을 정치적 성향을 기준으로 들여다본 결과 전체 구매자의 무려 40%가 민주당 지지 성향 소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래티직 비전의 분석 결과는 소비자 25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란 점에서 신뢰도가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더 주목할 대목은 2024년형이 출시되기 시작한 지난해 10~11월 중 테슬라 전기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 가운데 민주당 지지 성향 고객은 15%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감소 폭으로 따지면 자그마치 60% 이상 민주당 지지자들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동안 테슬라 전기차를 사들인 공화당 지지 성향 소비자는 전체 고객의 32%로 전년 동기의 29%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매체 잘롭닉은 공화당 성향의 소비자들이 테슬라 전기차를 사는 경우가 늘어났음에도 테슬라의 1분기 인도량은 예상을 크게 밑도는 성적을 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 우경화 행보에 민주당 지지 성향 고객들 대거 이탈
알렉산더 에드워즈 스트래티직 비전 CEO는 미국 경영전문지 포춘과 가진 인터뷰에서 민주당 지지 성향 소비자들이 크게 빠진 시기는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와 직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테슬라 전기차 구매율이 급락한 시기는 X를 개인회사로 인수한 머스크가 '반유대주의 음모론'으로 여겨지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가 된서리를 맞았을 뿐 아니라 X의 대형 광고주들이 줄지어 떨어져 나간 시기와 겹친다는 것이 에드워즈 CEO의 분석이다.
스트래티직 비전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테슬라와 손절한 민주당 지지 성향의 전기차 소비자들은 현대 아이오닉6, 캐딜락 리릭, 메르세데스-벤츠 EQE 등 테슬라의 경쟁사 제품으로 대거 방향을 튼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머스크가 자초한 역풍 때문에 테슬라의 이들 경쟁 브랜드가 수혜를 입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포춘은 “조만간 테슬라가 발표할 예정인 1분기 판매 실적에 관련업계의 시선이 몰려 있다”면서 “그러나 전체적인 전기차 소비 위축에다 그동안 테슬라 전기차를 주로 사왔던 민주당 지지 성향 소비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테슬라는 7년 만에 최악의 분기 판매 실적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테슬라 전문 분석가이자 테슬라 강세론자로 유명한 미국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테슬라이고 테슬라가 머스크”라며 머스크발 리스크가 관리되지 않으면 테슬라의 위기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