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독일·영국·스웨덴 등 성공적으로 연금개혁에 나선 주요국들은 연금의 안정성을 최우선적으로 중시하고 있다. 연금 자동조정장치 및 사적 연금 활성화 등 제도적 장치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한국은 오히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악화시킬 ‘소득 보장안’이 논의되고 있어 미래세대에 짐을 떠안긴다는 지적이다.
7일 정치권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연금개혁 지연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나경원 당선인·안철수 의원 등은 “조금 더 내고 더 많이 받는 마술은 없다”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공론화 조사 결과로 내놓은 ‘소득보장 강화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더 내고 더 받는 안’은 향후 누적적자 차이가 2700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방향의 연금개혁이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일본·독일·영국·스웨덴 등 현재 우리보다 먼저 성공적으로 연금개혁을 시행한 해외 주요국들은 모두 각각의 방식을 도입했지만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연금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연금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으며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해 사적 연금 혹은 민간수탁 방식을 활성화했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 2004년 연금액을 기대수명 연장과 출산율 감소에 연동해 삭감하는 장치인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도입했다.
스웨덴도 1998년 유럽 국가 중 최초로 연금 자동조정장치인 ‘안정화지수’를 도입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연도별 연금 지급액이 축소되고, 연금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균형 재정을 달성할 때까지 지급액이 줄어드는 제도다.
독일도 지난 2004년 연금 지급의 자동조정장치로 '지속가능성 계수'를 도입했다. 지속가능성 계수가 1에 수렴되도록 보험료율과 급여 수준을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장치다.
이처럼 연금개혁에 성공한 해외 주요국들은 모두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환경과 상황에 따라 지급액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으며, 현재까지 이러한 조치들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동조절기능 도입으로 이들 국가는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도 보험료율을 일정 비율 아래로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연금제도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다.
주요국들은 여기에 사적 연금 활성화 및 민간수탁 방식도 도입해 다층연금체계를 강화하고 수익률을 높였다.
영국은 국민들이 사적 연금에 들도록 제도적으로 장려했다. ‘퇴직연금 자동등록 제도’로 조건 충족 시 회사가 지정한 수탁기관에 퇴직연금이 자동 납입되도록 제도를 바꿨다. 이러한 퇴직연금을 유지하는 것은 강제는 아니지만 퇴직연금을 유지했을 때 혜택이 많아 결론적으로는 국민들의 사적 연금 가입이 대폭 늘었다.
실제로 영국의 퇴직연금 가입자는 제도 개혁 전에 55%에서 현재 88%로 급증했다. 영국 정부는 사적 연금과 공적 연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노후 준비를 돕는 ‘통합연금예측’ 서비스도 구축했다. 국민들에게 개인의 예측연금 총액을 제공해 은퇴 후 계획을 돕는다는 취지다.
스웨덴은 2004년 강제가입 사적 연금 시스템인 ‘프리미엄 연금’을 도입해 국민이 의무적으로 소득의 2.5%를 민간 금융회사를 통해 적립·운용하도록 강제했다. 또 ‘내 연금(Min Pension)’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개인의 공적 연금, 기업연금 그리고 개인연금 정보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연금 예상 총액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호주는 퇴직연금 운용에 여러 민간 수탁법인의 개입을 활성화해 수익률을 높였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호주의 퇴직연금 평균수익률은 7%대로 한국(4.9%)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야 갈등으로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은 좌절됐다. 이번 국회에서 연금개혁안이 처리되지 않아 22대 국회에서 특위 구성부터 연금개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연금개혁의 '골든 타임'이 다가오는 가운데 연금개혁 단행이 시급하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된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