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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부동산 침체 장기화...회복 불가능 경고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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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부동산 침체 장기화...회복 불가능 경고도 나와

홍콩 센트럴 중심가에 국제금융센터(IFC), HSBC 본사 및 뱅크오브차이나 건물 등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홍콩 센트럴 중심가에 국제금융센터(IFC), HSBC 본사 및 뱅크오브차이나 건물 등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했던 홍콩의 부동산 시장이 수요 부진과 임대료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8일(현지시각) FT에 따르면 현재 홍콩 전역의 주요 사무실 임대료는 2019년 정점 대비 거의 40% 급락했다.
또한 홍콩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오피스 공실률이 사상 최고치인 16%에 달한 가운데 향후 5년 동안 대기 중인 오피스 공급 물량도 약 670만 평방피트에 달한다. 이는 홍콩 상업지구 한복판의 대표적인 신축 오피스 빌딩인 36층짜리 헨더슨 빌딩 연면적의 14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부동산 서비스 및 투자관리 회사 콜리어스 홍콩의 임차인 서비스 책임자인 피오나 응안은 홍콩 주요 오피스 임대 시장이 “바닥을 치지 않았다”면서 "많은 다국적 기업이 이 지역의 경제 약화로 인해 사무실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본토 기업들은 예산 제한으로 인해 이전에 예상했던 것처럼 (빠른 속도로) 홍콩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사정은 주택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FT는 정부 자료를 인용해 홍콩에서 이미 완공됐으나 팔리지 않은 주택 수가 2018년 대비 134%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주택 가격은 현재 2021년 고점 대비 약 25% 하락했다. 또한 지난해 홍콩의 부동산 중간 가격은 싱가포르에 추월당했다.

이번에는 다르다...암울한 전망 잇따라


홍콩의 주택 가격은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절반 이상 폭락한 선례가 있다. 그럴 때마다 집값은 변함없이 반등했고 이따금 극적인 반등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FT는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달러화에 페그된 홍콩 달러의 차입 비용이 미국 금리와 연결된 상황에서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는 홍콩 부동산 시장에 타격이 되고 있다.

UBS의 마크 렁 애널리스트는 "주택 가격과 사무실 임대료 모두 예전처럼 랠리를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의 매우 높은 인구 밀도, 거친 지형 및 경제적 역동성으로 인해 홍콩은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 시장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2010년대의 장기간 저금리 기조에 더해 중국 본토 기업과 개인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홍콩의 부동산 붐은 최장기간 지속되는 듯했다.

C&W 데이터에 따르면 홍콩 중심업무지구의 상업용 빌딩 임대료는 2018년 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임대료는 2015년부터 3년 동안 거의 20% 상승세를 보였다. 부동산 중개업체 센터라인(Centaline)에 따르면 홍콩의 주택 가격은 2003년~2021년 사이에 500% 급등했다.

그렇지만 조정은 이제 속도를 내고 있다. 상가 임대료는 고점 대비 평균 37% 하락했다. CBRE 홍콩의 자문 및 거래 서비스 책임자인 에이다 펑은 "재택근무 문화가 홍콩의 사무실 임대료를 직접적으로 낮추지는 않았다"며 "가장 큰 가격 조정 이유 중 하나는 (약한) 비즈니스 심리였다"고 말했다.

2022년 12월 홍콩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종료될 때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미 금리를 7차례 인상했고 홍콩의 주택 개발자와 구매자 모두 차입 비용 상승을 경험했다.

중국 정부의 정치적 탄압은 이미 비용 절감을 모색하고 있던 일부 다국적 기업들로 하여금 홍콩에서의 입지를 재고하도록 했다. 중국 경제 둔화로 홍콩 투자에 대한 중국 개인과 기업들의 투자도 감소했다.

콜리어스의 응안은 많은 중국 기업이 더 이상 홍콩에서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법률 회사와 같은 관련 기업들이 사업규모 축소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UBS에 따르면 현재 홍콩 센트럴 중심가의 사무실 임대료는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보다 여전히 약 35% 높지만, 임대료가 이전 고점으로 복귀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홍콩 주택 가격은 2023년 5월부터 2024년 2월까지 10개월 동안 하락했고 홍콩 정부는 주택 관련 모든 추가 인지세를 폐지했다.

그렇지만 애널리스트들과 중개인들은 부동산이 다시 투자하기에 매력적으로 되려면 금리가 많이 내려가거나 부동산 수익률이 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티시스(Natixis)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게리 응은 은행 정기예금에서 "5%를 쉽게 얻을 수 있는데 왜 사람들이 3%의 수익률을 내는 부동산을 사려고 하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홍콩의 개발업자들은 미분양 아파트의 재고를 정리하기 위해 신축 주택을 15% 이상 할인 판매하면서 기존 주택 시장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게다가 2022년까지 2년 동안 약 14만 명의 홍콩 거주자가 홍콩을 떠나 수요도 줄었다. 부유한 중국인들은 중국 정부가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함에 따라 ‘안전한 피난처’인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도쿄 등 다른 도시를 찾고 있다.

UBS는 올해 홍콩 주택 가격이 최대 5%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모건스탠리는 "주택 재고에 대한 익스포저가 높은 홍콩 개발업체의 이익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등 부동산 경기 회복이 힘겨울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