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공동대표인 송 회장 해임안을 논의했으며 이사 과반의 동의를 얻으면서 통과됐다. 이로 인해 경영권 갈등이 해결된지 한 달 만에 발생한 것이다.
한미일가의 경영권 갈등이 발생한 바 있다. 올해 초 OCI그룹과 한미사이언스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두 형제가 반발했고 이후 이사회 멤버를 결정하는 것 까지 분쟁으로 이어졌다.
장남과 장녀는 몰랐던 것으로 알려져…신규 투자 걸림돌
송 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임종훈 대표이사의 단독 경영이 시작된 것이다. 이로 인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지분매각이 단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미그룹의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이 지난 2020년 타계하면서 송 회장과 3남매에게 상속한 주식의 평가액은 당시 기준 1조원 규모다. 현행법상 증여액이 30억원을 넘을 때 상속세 최고세율이 적용되고 최대 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으면 평가액 할증이 붙는다. 이에 따라 주식을 상속받은 4명이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는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지난해까지 절반 이상을 납부했고 2000억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
상속세 마련 방법 중 하나로는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매각하는 것이다. 다만 담보대출의 경우 이미 최대한으로 받았고 형제들에게 남은 방식은 지분 매각밖에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장남은 장녀에게 상속세 문제로 수백억원을 빌린 바 있을 정도로 상속세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근에는 임종훈 대표이사 포함한 최대 주주들이 외국계 투자회사에 지분 50%를 매각한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다수의 지분을 보유한 장남 임종윤 대표이사와 장녀 임주현 사장은 지분매각 사실과 관련해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도에 대해 한미사이언스는 결정된 것이 없다며 선을 그었고 임종윤 대표이사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면서 자금 조달을 고려하고 있지만 50%이상 지분 매도는 말도 안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그 이하 일부 지분 매각 가능성은 남겨놨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매각에 반대하면서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송 회장이 대표자리에서 끌어내려지면서 지분 매각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분뿐만 아니라 자회사를 매각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다만 이같은 상황에 장남인 임종윤 대표이사에게 독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임종윤 대표이사는 한미약품을 론자같은 전문 위탁개발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이를 위해서는 외부 투자가 절실하다. 하지만 경영권 갈등이 시작되면 회사경영이 불안전하다고 판단돼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기 어려워진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업계에서 이정도 규모로 오랫동안 경영권 문제가 발생한 바가 없었기에 다른 기업들도 이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다만 이같은 분쟁은 투자자들이 보기에는 리스크이기에 신규 투자유치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그룹 자회사 매각과 관련해 일부 제약사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