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투자로 격차 벌리는 거대 기술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등 7개 거대 기술 기업, 일명 '매그니피센트 7(MAG7)'의 성장 과정은 이러한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의 연구개발(R&D) 비용은 전 세계 상장사 전체의 19%에 달하며, 인수합병(M&A) 지출액도 전 세계의 10%에 육박한다. 미국 500대 기업 기준으로도 MAG7의 R&D 비용은 나머지 493개 기업과 맞먹는 수준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사업 모델 변화와 인공지능(AI) 발전 등 기술 혁신 속에서 지속적인 투자는 필수적이다. 다니엘 아이브스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누가 먼저 선보이느냐에 따라 향후 AI 시장의 승자가 결정될 것"이라며, "막대한 투자 여력을 가진 MAG7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MAG7의 잉여현금흐름(FCF, 순현금수지)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5% 증가한 반면, S&P500에서 MAG7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FCF 증가율은 연평균 5%에 그쳤다.
실적·주가 격차 심화…'나쁜 징조' 우려
실적과 주가 지수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2024년 1분기 S&P500 전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MAG7을 제외하면 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시가총액 가중 방식인 S&P500 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구성 종목을 균등하게 배분한 지수는 상승폭이 제한적이다. 시가총액 규모가 큰 MAG7의 주가 상승이 S&P500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JP모건은 미국 주식시장의 상위 종목 집중도가 197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라며, 과거 경기침체 직전이나 초반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소수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경제 전체의 취약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거대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이 제기되고 있으며, 거액의 제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누려온 독점적 성장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 경제 연착륙 기대, 거대 기술 기업의 성장 지속 등 긍정적인 요인들이 시장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일극 집중에 따른 위험 요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