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열린 ITF World 2024 행사에서 삼성 파운드리와의 협업 가능성을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AMD의 연합이 향후 파운드리 업계에 새로운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TSMC에 지나치게 쏠린 주요 고객사 일부가 삼성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TSMC는 23일 개최한 기술 포럼에서 “HPC(고성능 컴퓨팅) 및 휴대폰 수요의 혜택에 힘입어 올해 3나노 제품 생산 능력이 작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며 “하지만 아직 공급이 부족해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AMD 역시 TSMC를 통한 새로운 3나노급 반도체 주문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삼성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AMD 간 꾸준한 협력 관계도 이번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시리즈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 AMD의 RDNA2 GPU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협력 중이다. 또한 AMD의 최신 AI 칩 ‘MI300’ 시리즈에 탑재된 고대역폭메모리(HBM) 일부도 삼성이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MD가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삼성 3나노 GAA 공정으로 제조할지는 미정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가 AI 데이터센터 관련으로 나온 만큼, 업계에서는 AMD MI300 시리즈의 후속 모델 또는 완전히 새로운 AI 가속기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이 제조한 AMD의 새로운 반도체가 준수한 품질과 성능, 양호한 수율(양품 반도체 생산 비율)을 보여준다면 이전 고객사들도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가장 유력한 곳으로는 이전부터 삼성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였던 퀄컴이 꼽힌다.
현재 자사 AI 칩 제조를 전량 TSMC에 의존 중인 엔비디아도 삼성이 하반기 최신 2.5D 패키징 공정을 도입하면 일부 AI 칩 물량을 삼성으로 돌리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이 병목현상으로 좀처럼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는 것이 엔비디아 AI 칩 공급 부족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퀄컴과 엔비디아 두 곳의 고객사만 유턴에 성공해도 삼성 파운드리는 1위 TSMC와의 격차를 대폭 줄일 수 있음은 물론, 상당한 실적 개선 효과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르면 내년부터 가동을 시작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새로운 현지 파운드리 공장의 고객 유치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삼성의 AMD 3나노 GAA 칩 수주는 향후 삼성 파운드리의 사활이 걸린 과제이자, 파운드리 업계에서 대역전의 발판을 다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