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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바이브세션'과 바이든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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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바이브세션'과 바이든의 운명

경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바이든 발목 잡아, 주거비 상승 통제가 열쇠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줄곧 밀리고 있다. 바이든이 역전극을 노리고 있지만, 그에게 악재가 쌓여가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미국 유권자의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한마디로 경제가 좋은데도 나쁘다고 느낀다. 이런 현상을 ‘바이브세션(vibecession)’이라고 한다.

바이브세션은 실제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분위기(vibe)'에 따라 경기침체(recession) 쪽으로 인식이 기우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영국 가디언지가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폴을 통해 지난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성인 211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미국인 응답자 72% 미국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팬데믹 당시에 9.1%까지 올라갔다가 올해 4월에 3.4%까지 내려갔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올라가고 있으나 미국인의 55%는 경제가 점점 침체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사상 최고치로 뛰었다. 그럼에도 S&P500지수가 올해 내림세를 보였다 응답 비율이 49%에 달했다. 실업률도 3.9%로 거의 완전 고용에 근접했지만, 응답자의 49%가 미국이 지금 최악의 실업 사태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문제는 그 책임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인의 58%가 그의 잘못된 정책으로 경제가 나빠졌다고 했다. 레이 페어 예일대 교수는 바이브세션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인플레이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다 보니 경제 전반에 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역대 대선 출구 조사를 보면 표심(票心)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경제다. 그중에서도 물가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 경제전문지 야후파이낸스는 최근 “유권자들의 경제에 대한 기억은 짧으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만큼은 오래간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바이든 캠프가 대선이 5개월이나 남았고, 유권자의 마음이 바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주거비가 3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나 물가 목표치 2%에 이르지 못하는 핵심 이유도 주거비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지금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과 월세로 인해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미국의 지난 3월 주택가격이 사상 최고치 수준을 경신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에 따르면 3월 주택가격지수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보다 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6.5% 올랐다.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값보다 월세 상승에 따른 고통은 더 크다. USA 투데이는 렌트닷컴의 통계를 인용해 “대선 향방을 좌우할 일부 경합 주에서 월세가 지난 4년 사이에 2배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에서 월세 상승폭이 가장 큰 10대 지역 중 6곳이 경합 주에 있다”고 전했다.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주가 7대 경합 주다. 미 주택도시개발부 통계에 따르면 주거비 폭탄을 맞아 2022~2023년 홈리스 비율이 12% 증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거비 상승을 통제하지 못하면 대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그가 저소득층 월세 지원과 첫 주택 구매자 세금 감면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5개월 이내에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