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세션은 실제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분위기(vibe)'에 따라 경기침체(recession) 쪽으로 인식이 기우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영국 가디언지가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폴을 통해 지난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성인 211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미국인 응답자 72%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팬데믹 당시에 9.1%까지 올라갔다가 올해 4월에 3.4%까지 내려갔다.
문제는 그 책임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인의 58%가 그의 잘못된 정책으로 경제가 나빠졌다고 했다. 레이 페어 예일대 교수는 바이브세션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인플레이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다 보니 경제 전반에 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주거비가 3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나 물가 목표치 2%에 이르지 못하는 핵심 이유도 주거비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지금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과 월세로 인해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미국의 지난 3월 주택가격이 사상 최고치 수준을 경신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에 따르면 3월 주택가격지수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보다 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6.5% 올랐다.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값보다 월세 상승에 따른 고통은 더 크다. USA 투데이는 렌트닷컴의 통계를 인용해 “대선 향방을 좌우할 일부 경합 주에서 월세가 지난 4년 사이에 2배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에서 월세 상승폭이 가장 큰 10대 지역 중 6곳이 경합 주에 있다”고 전했다.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주가 7대 경합 주다. 미 주택도시개발부 통계에 따르면 주거비 폭탄을 맞아 2022~2023년 홈리스 비율이 12% 증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거비 상승을 통제하지 못하면 대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그가 저소득층 월세 지원과 첫 주택 구매자 세금 감면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5개월 이내에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