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법인 소재지인 미국 델라웨어주의 법원에서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 CEO에게 560억달러(약 77조5600억원)에 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지난 2018년 승인한 것을 무효화하는 결정을 지난 1월 내렸음에도 다시 주주 투표에 부친 가운데 머스크에 대한 성과급 지급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결권 자문사들을 중심으로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테슬라 주주들은 이번 투표에서도 머스크에 대한 성과급 지급안을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모건스탠리는 테슬라의 주요 기관투자자 가운데 한 곳이다.
◇모건스탠리, 테슬라 주주 109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1일(이하 현지시간) 테슬라라티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설문조사 결과는 테슬라 강세론자로 유명한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를 통해 공개됐다.
조나스는 전날 발표한 투자 노트에서 “모건스탠리가 다가오는 테슬라 주주 투표와 관련해 테슬라 주주 1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최근 벌였다”면서 “그 결과 과반이 넘는 57%의 주주가 지난 2018년 승인된 머스크에 대한 성과급 지급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16%는 가결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했고 41%는 가결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고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설명했다.
테슬라 이사회가 정한 머스크에 대한 스톡옵션 지급안은 지난 2018년 열린 주주 투표에서 73%의 찬성으로 가결된 바 있으나 델라웨어 법원은 성과급 규모가 업계의 통상적인 관례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인데다 테슬라 이사회 구성원의 상당수가 머스크와 개인적으로 매우 가까운 관계란 점에서 이해충돌의 여지가 많고 지급안을 마련하는 과정에 머스크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등을 들어 무효화시킨 바 있다.
델라웨어 법원뿐 아니라 미국 굴지의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 루이스와 ISS도 머스크에 대한 성과급 지급안을 “여전히 과도한 규모”라고 지적하며 부결시킬 것을 테슬라 주주들에게 권고하는 보고서를 최근 잇따라 낸 바 있다.
◇주주 투표서 승인 받더라도 사법적 리스크는 여전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가결 가능성을 점친 주주들의 비율은 과반을 넘은 반면에 부결 가능성을 예상한 주주들은 2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부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실제 주주 투표에서는 머스크에 대한 성과급 지급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또 응답자의 68%는 머스크에 대한 지급안이 지난 2018년에 이어 이번에도 승인 받을 경우 테슬라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해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응답자보다 6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테슬라에 대한 매수 권고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처럼 머스크에 대한 스톡옵션 지급안이 다시 승인을 받더라도 이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여전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지난 2018년과는 다르게 델라웨어법원의 무효화 결정이 나온 상황에서 벌어진 주주 투표에서 지급안이 재승인을 받는다면 머스크와 이사회 구성원의 유착 관계로 빚어진 이해충돌 논란에도 가결된 것이므로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통상적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성과급이란 점에서 또다시 일부 주주들이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갈 경우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