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굴지의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유명 기업인으로 그동안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가 서로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취재 결과를 소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테슬라가 미국 IT업계의 선두 기업이고 JP모건체이스가 미국 금융업계의 대표 기업인데다 미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나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나 서로 사업적으로 엮일만한 지점이 많기 때문에 두 CEO의 관계 개선은 향후 미국 경제계의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머스크와 다이먼의 구원
자산 규모로 미국 최대 금융기관인 JP모건체이스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가치 평가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내세워 테슬라를 포함한 전기차 제조사들에 리스금융 지원을 사실상 거부하면서다.
이렇게 시작된 양사의 불편한 관계는 2021년부터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JP모건체이스가 앞서 지난 2014년 체결한 주식 워런트 계약을 테슬라가 위반했다며 1억6200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JP모건체이스는 2021년 6~7월 테슬라와 보통주를 1주당 560달러에 매입한다는 내용의 콜옵션 계약을 2014년 체결했음에도 JP모건체이스의 보통주 콜옵션 행사를 거부한 것은 계약 위반이라며 테슬라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테슬라도 맞고소에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됐다.
테슬라는 JP모건에 소송을 낸 것은 테스라를 비롯해 머스크가 경영하는 여러 기업들이 주요 거래선을 골드만삭스가 모건스탠리 등 JP모건체이스의 경쟁사들로 돌린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 머스크, JP모건체이스가 지난 3월 마련한 행사에 참석
그러나 두 사람은 지난 3월부터 화해 행보에 나선 것으로 관측됐다.
JP모건체이스가 마련한 IT 관련 컨퍼런스 행사에 다이먼 CEO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머스크가 참석했기 때문이다.
WSJ는 “두 사람은 이 행사에 함께 참석한 뒤 다이먼 CEO가 머물던 호텔 객실에서 만나 한 시간 이상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전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다이먼 CEO는 머스크의 회사들과 거래를 재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거론했다고 한다.
WSJ는 이를 근거로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다시 협력할 일이 없어 보였던 두 기업의 관계가 3월 회동 이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두 사람의 관계 개선 조짐은 지난해 11월부터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다이먼이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딜북 서밋’에서 진행된 공개 대담 자리에 참석해 “머스크는 매우 뛰어난 인물이고, 인류를 위해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기여를 해왔다”고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머스크가 좋은 결과만 만들어낸 것은 아니고 잘못된 결과도 만들어냈다”며 비판적인 의견도 피력했다.
비록 두루뭉술한 언급이었으나 아직 소송전이 끝나지 않은 테슬라의 총수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미국 재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같은 최근의 흐름을 감안할 때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양측이 취하하거나 한 발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는 방안이 모색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