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325X는 AMD가 지난해 12월 발표하고 올해 5월부터 공급을 시작한 AI칩 ‘MI300’ 시리즈의 강화형 모델이다. MI300과 같은 아키텍처를 사용하지만 전용 메모리를 기존 HBM3(4세대 고대역폭메모리)에서 HBM3E(5세대)로 업그레이드하고, 메모리 용량도 192GB(기가바이트)에서 최대 288GB까지 늘렸다. 메모리 속도가 빠르고 용량이 늘어날수록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생성형 AI의 훈련 및 학습에 유리하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B200 외에 기존 ‘H100’의 강화형인 ‘H200’이라는 중간 다리 격 AI칩을 선보이고, AI반도체 개발 주기를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다고 밝히면서 AMD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비슷한 주기로 대응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엔비디아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하면서 독주를 이어갔다. 그만큼 MI300 시리즈가 엔비디아를 견제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MI325X는 그런 분위기를 반전시킬 ‘핀치 히터’인 셈이다.
MI325X에 대한 전망은 나쁘지 않다. MI300 시리즈가 비록 엔비디아의 독주를 막지 못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 메타, 구글, 오라클 등 유력 빅테크 기업들이 채택하면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겼기 때문이다.
또한 AMD 혼자 엔비디아를 상대해야 했던 MI300 시리즈와 달리, MI325X는 최근 반(反)엔비디아 진영이 모여 결성한 새로운 고속 인터페이스 표준 ‘UA링크’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함께하는 점이 다르다.
UA링크 진영에는 MS와 구글, 메타 등 AI 빅테크는 물론 인텔과 브로드컴, 시스코 등 통신 및 네트워크 부문 강자들과 HPE 같은 서버 전문 기업들이 한데 모였다. AMD가 부족했던 부분을 협력사들의 지원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경쟁사의 가장 최신 제품인 B200과 동등한 HBM3E를 채택한 것도 호재다. 이는 MI325X가 H200보다는 비슷한 시기에 공급될 B200에 견줄 만한 제품으로 부각되게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MI325X에는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이 탑재될 것이 유력하다. 현재 엔비디아의 수요를 맞추는 데도 벅찬 SK하이닉스와 달리, 엔비디아의 인증을 아직 받지 못한 삼성은 그만큼 HBM3E 공급 여력이 있는 상태다.
삼성의 주장대로 자사의 HBM3E가 엔비디아 AI칩에 손색없는 제품이라면, AMD MI325X와의 시너지 효과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생성형 AI의 개발 및 훈련에서 메모리 성능이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기조연설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연내에 한국을 방문해 삼성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만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과연 올해 하반기 삼성의 HBM3E를 탑재한 AMD의 신무기 MI325X가 AI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상대로 어떠한 성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