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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폴 크루그먼 "美 부채, 위험하지만 과도한 우려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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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폴 크루그먼 "美 부채, 위험하지만 과도한 우려 불필요"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 사진=로이터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나고 있는 미국의 국가 부채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재정 모니터 보고서에서 “이런 추세라면 미국이 다른 선진국의 3배가 넘는 수준인 7.1%의 재정 적자를 내년 중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미국의 국가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미국 경제는 물론이고 글로벌 세계 경제가 상당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을 하고 나서 주목된다.

◇크루그먼 “2차 세계대전 말과 비슷한 수준이고 일본에 비하면 약과”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5일 게재한 칼럼을 통해 미국 국가 부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우선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34조달러(약 4경5000조원)을 돌파했다고 미 재무부가 지난 1월 발표한 것과 관련해 “사상 최고 수준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와 관련, 미 의회예산국(CBO)도 지난 2022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약 97%였던 미 연방정부 부채가 오는 2053년 말이면 181% 수준로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이 최근 집계한 바에 따르면 122.4%를 올들어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의 정부 부채가 GDP 대비 100%를 넘어선 것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106%를 기록한 이후 70여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는 이같은 발표에 대해 “미국의 GDP 대비 국가 부채는 2차 세계대전 끝무렵에 기록한 것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규모일뿐 아니라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의 GDP 대비 국가 부채비율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2차 세계대전이 막판에 달했을 때 미국의 국가 부채 비율이 119% 선이었다는 점과 일본의 국가 부채 비율이 현재 255% 수준이란 점을 상기시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경우 2차 세계대전에 국가 재정을 전면적으로 투입하느라 국가 부채 비율이 100%를 훌쩍 넘어섰음에도 전후 경기 호황 등에 힘입어 국가 부채발 경제위기를 피해간 바 있다.

◇크루그먼 “급증한 재정지출 비례해 세수 적극 늘리는 것이 해결책”

포춘은 “크루그먼 교수가 인정한 것처럼 미국의 국가 부채가 최근 수십년간 불어난 끝에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것은 사실”이라면서 “지난 2020년 전세계를 급습한 미증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비상 대응책으로 미국 정부가 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긴급재정을 투입한 것의 여파가 국가 부채를 특히 불어나게 한 것은 맞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던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크루그먼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개인의 부채와 국가가 떠안는 부채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크루그먼은 “2차 세계대전에 막대한 전비를 쏟아부은 결과 미국 정부가 떠안은 막대한 부채를 미국이 결국 나중에 해결했는지 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지난 1963년 출범한 존 F 케네디 행정부가 떠안은 연방정부 부채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의 국가 부채보다 다소 많았지만 GDP를 감안한 국가 부채는 그 사이 이룩한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덕분에 실제로는 이보다 적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국가 부채가 얼마나 불어나느냐보다 GDP에 견줘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GDP 대비 국가 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의 핵심은 그동안 역대 정부가 소극적이었던 세금을 늘리는 것이라고 크루그먼은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 계열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가 최근 발표한 국가 부채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GDP 대비 2.1% 수준에서 세수를 늘리거나 재정지출을 줄이면 안정적으로 국가 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미국의 국가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지출은 급격하게 증가한 반면에 세수는 이에 비례해 충분히 늘지 못했다는 상당수 경제학자들의 시각과 궤를 같이 하는 방향이다.

크루그먼은 “미국의 GDP 대비 세수 비율은 그동안 늘었다고 하지만 다른 경제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면서 “세수를 2.1% 정도 늘리는 것은 과도하지도 않은 방법일뿐 아니라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국가 부채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알고보면 간단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