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로 자금을 차입해 상품이나 주식 등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취하는 기법을 말한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 이처럼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국가에서는 투자금이 빠져나가는 캐리 트레이드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3.5%로 11차례 연속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11회 연속 금리를 묶었다.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하는 현재 2%포인트인 한·미 금리차를 확대해 자본 유출 우려와 환율 불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11, 12일(현지 시간)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개최한다. 연준은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할 게 확실시된다. FOMC가 이번에 올해 예상 금리 인하 횟수를 한두 번으로 줄이거나 아예 금리 인하를 한 번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점도표가 나올 것으로 월가가 분석했다. 블룸버그가 5월 31일부터 6월 5일까지 43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1%는 이번에 나올 점도표에서 연내 2회 금리 인하를 예고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0~1회를 예상한 이코노미스트도 똑같이 41%에 달했다.
미국과 주요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 싸우면서 동시에 금리를 올리는 등 공동 보조를 취했다. 그러나 이제 이들 중앙은행이 ‘각자도생’하면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연준이 9월에 처음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월가의 기대가 무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연준이 올가을까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미국과 다른 나라 간 금리 격차 확대로 미국으로 투자금이 대규모로 이동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으로 해외 투자금이 들어오면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증가해 이를 줄이려는 연준의 노력이 무산되고,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다른 나라 간 금리 격차와 캐리 트레이드 악순환 구조가 등장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 전개는 미국과 글로벌 경제 모두에 결코 좋은 뉴스가 아니라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5월에만 중국을 제외한 신흥 시장에서 빠져나간 투자금이 102억 달러(약 14조원)에 달했다. 이는 대체로 캐리 트레이드 결과라고 이 기관이 지적했다. 주요 국가 간 금리 차이가 벌어질수록 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갈수록 확대될 게 확실하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