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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5년째 부동산 침체로 아시아 금융 허브 위상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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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5년째 부동산 침체로 아시아 금융 허브 위상 '흔들'

2024년 6월 10일 홍콩에서 열리는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연례 드래곤 보트 경주에 참가한 사람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6월 10일 홍콩에서 열리는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연례 드래곤 보트 경주에 참가한 사람들. 사진=AP/연합뉴스
홍콩의 부동산 시장이 5년째 침체 국면을 면치 못하면서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 또한 위협 받고 있다.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홍콩의 집값 하락세가 5년째로 접어들면서 20여 년 전의 사스 사태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분석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손실까지 합치면 2019년 이후 홍콩의 부동산 시장에서 최소 2조1000억 홍콩달러(2700억 달러·약 372조 원)가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투자은행 UBS와 부동산 중개업체 CBRE그룹의 전문가들은 향후 홍콩 부동산 시장이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과 런던 등 주요국의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홍콩도 금리 상승과 금융 부문의 일자리 감소 및 재택 근무 증가 등 업무 습관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아시아 최고 금융 허브라는 위상이 타격을 입으면서 홍콩 사람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2019년 민주화 시위 이후 시작된 홍콩의 미래에 대한 우려는 최근 중국 당국의 신뢰 회복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홍콩 보안법 통과가 가세하면서 한때 부동산 수요의 한 축이었던 외국인 거주자들과 국제적인 기업들의 부동산 수요 약화를 촉발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 고조로 그동안 서구 자본과 중국 기업의 연결 고리가 되어 왔던 홍콩의 역할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홍콩 부동산 재벌들의 순자산은 2022년 이후 40억 달러가 감소했고 이들은 자산 다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기존주택 소유자들은 손해를 보고 집을 팔아야 하는지를 점점 더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는 한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부동산 대기업 항룽그룹의 전 회장인 로니 챈은 6월 블룸버그 웰스 포럼에서 “부동산 부문에서 우리는 50년 만에 가장 큰 구조적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면서 “홍콩의 전체 자산 가치가 조정돼야 하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매우 불행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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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현재 홍콩에서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위기가 예측되지는 않지만, 이번 경기 침체가 홍콩에 대한 신뢰 하락의 악순환을 부채질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월 홍콩 당국이 10년간 유지했던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홍콩의 주택 지수는 5월26일로 끝난 주에 201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에서 “홍콩의 부동산 시장은 수요의 구조적 침체 대신 세계 경제 성장 둔화, 금리 인상 및 주식 시장의 심리 파급으로 인해 압박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사회적이고 경제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토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정부는 지정학적 도전에 대해 홍콩의 ‘독특한 위상’이 ‘일국양제’ 하의 제도적 강점에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투명한 시장, 국제 규제, 낮은 세금 시스템 및 자유로운 상픔 흐름 등 모든 것이“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2019년 시위 이후 흔들린 홍콩의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홍콩섬의 주택 가격은 2019년 최고치 대비 약 29% 하락했고 4분기 이후 미분양 주택은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콩과기대 사회과학부 카르스텐 홀츠 이코노미스트는 “사람이 살고 싶어하는 안전한 피난처라는 인식이 나빠졌다”면서 “이는 부동산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홍콩에 대한 신뢰를 더욱 훼손했고 일부 미국 연기금은 홍콩 시장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이고 있다.

홍콩 집값의 추가 하락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UBS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홍콩 주택 가격이 5%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B. 웡 조교수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시대는 끝났다“면서 낡은 시스템이 극심한 불평등을 낳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CBRE 그룹은 홍콩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12월까지 사무실 공실률이 17%에 달할 전망이며, 사무실 임대료는 올해 10%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